윤 대통령, 휴가기간 꼬인 정국 매듭 어찌 풀까

2024-08-12 13:00:27 게재

친일 논란 ‘광복 메시지’ 퇴색 우려, 권익위 사망사건에 특검 압박 강화

방송4법·‘25만원’ 거부권 임박 … MB 만찬, 월말 국민보고 등 예정

윤석열 대통령 앞에 여름휴가 기간 동안 더 꼬인 현안들이 숙제로 던져졌다. 정국구상을 하며 준비한 일정과 메시지들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마지막 날인 9일 충남 계룡대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김형석 관장 임명철회에는 선긋기 =가장 임박한 문제는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의 광복절 불참선언이다.

광복회는 11일 김형석 독립운동관장을 ‘뉴라이트’로 지목, 윤 대통령이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광복절 행사에 참석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당까지 김 관장 임명철회를 내걸고 불참을 선언, 광복절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반쪽 기념식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반쪽 광복절’이 현실화될 경우 윤 대통령이 그간 준비해 오던 광복절 메시지는 친일 프레임에 파묻힐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다가오는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경축사에서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할 예정이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급격히 벌어진 남북 간 국력 격차 및 국제정세 변화를 충분히 반영치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평소 지론이었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맞게 새 통일담론에 녹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관장 사퇴 대신 건국절 추진이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독립운동단체들의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독립운동단체들의) 광복절 행사 참석을 계속해서 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건국절을 추진한다고 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점을 참모진들이 거듭 강조하며 설득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관장 임명철회 요구에 대해 “(김 관장이) 심사 과정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은 이 심사결과를 수용했을 뿐인데 지금 와서 임명을 철회하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관여가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여사 대국민행보 부작용 우려 = 윤 대통령 휴가 기간 벌어진 국민권익위 고위급 간부의 사망사건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특검 압박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국민 행보로 시선을 끄는 데 치중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 후폭풍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여사는 권익위 간부 사망사건이 벌어지던 8일 부산에서 윤 대통령과 별도의 개별일정을 보낸 사실이 보도됐다. ‘비공개’ 일정이었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사전공지도 되지 않았지만 김 여사의 행보는 상세한 사진과 내용으로 홍보됐다. 대통령 배우자로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는 의미라는 게 대통령실 사후 설명이었지만 사망한 권익위 간부가 김 여사의 가방 수수 의혹 조사 종결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전언이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부당한 압박에 권익위 공직자가 유명을 달리한 것”이라며 “‘종결 처리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양심적 의견을 냈던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몬 윗선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추악한 권력 사유화, 권력 농단의 수렁을 벗어날 길은 오로지 특검뿐”이라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켜 모든 의혹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13일 국무회의 메시지 관심 = 한편 윤 대통령은 조만간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국회 재의를 요구할 전망이다. 방송4법의 경우 이달 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건의안을 의결, 윤 대통령의 재가만 남긴 상황이다. 특검과 더불어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최근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언급한 ‘2차 영수회담’의 성사여부에 미칠 영향이 관전포인트다.

13일 국무회의에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안도 상정될 예정이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윤 대통령에게 상신할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놓을 메시지에도 촉각이 모인다. 특히 복권 대상자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포함됐다.

또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내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초청, 만찬을 할 에정이다. 지난해 신년 특별사면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윤 대통령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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