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동훈 대표가 ‘호남동행’에 목매는 이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도체제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논란이 되었던 정책위의장도 교체했고 야권의 특검법 공세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전면에 끌어 올려 대야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대해서 측근을 통해 반대 입장까지 표명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한동훈 대표의 목숨줄은 지지율이다. 연말까지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 수준에서 유의미한 수준만큼 끌어 올리지 못하면 성공적인 당 대표 리더십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7월 23~25일 실시한 가장 최근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 9%로 나왔다. 무엇보다 전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한 대표가 전략적으로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지역은 호남이다.
한 대표는 6일 당 중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호남동행’을 강조했다. 호남동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이끌 당시 호남민심을 얻기 위해 벌인 ‘서진정책’의 일환으로, 현역 의원이 호남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당 지역 예산 확보 및 지역 현안 해결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궁극적으로 호남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지방선거 포석쌓기
지역 경쟁력이라면 영남을 더 단단히 결집하고 수도권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호남을 우선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로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다. 윤 대통령은 역대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호남 지지율에서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7월 23~25일) 조사에서 대통령의 호남 지역 긍정 지지율은 8%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같은 조사에서 6%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남 지역 지지율을 더 많이 확보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좀처럼 차별화되지 않는다. 한 대표가 호남 지지율을 두자리 수로 바꿔 놓는다면 분명히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채 상병 특검법 ‘3자 추천안’ 발의를 제시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대표가 ‘서진정책’을 추진하는 두번째 이유는 ‘지방선거 경쟁력 확보’다. 지난 총선에서 한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은 거의 몰락이나 다름없었다. 경기도는 60개 의석 중에서 국민의힘은 고작 6석 당선에 불과했다. 1/10만 집권여당의 차지였다. 인천은 12개 의석 중에서 2석에 그쳤다. 만약 이 추세대로 2년 뒤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한 대표마저 대선 포함해 정치적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지난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는데 이 지역에서 여당의 참패를 유권자의 투표 적극성으로 분석하면 쉽게 이해된다. 다수의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들의 적극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으로 ‘호남 공들이기’에 나섰던 이준석 의원은 경기도 화성에서 당선되었다. 그의 뒤에는 ‘서진정책’의 원조인 김종인씨가 있었다.
‘이재명 일극체제’에도 흔들리는 호남민심
한 대표가 ‘호남 공들이기’에 나서는 결정적 이유는 ‘이재명과 한판승부’를 위해서다.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이재명 전 대표의 영향력에 대해 ‘이재명 일극체제’로 표현될 정도로 당 대표 연임은 따 놓은 당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은 심상치 않다.
전당대회 대구 경선에서 50% 이상 올라갔던 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호남 지역에서 급전직하했다. 호남 투표율은 등록된 당원 4명 중 1명 수준에 그친다. 득표율 90%대로 순항 중이었던 이재명 당 대표 후보자의 득표율은 80%대로 내려왔다. 전반적인 투표율마저 2년 전 전당대회와 비교하더라도 낮아졌다.
‘이재명 일극체제’에도 흔들리는 호남민심이다. 호남이 민주당의 아성이기는 하지만 한 대표에게 도전해볼 만한 ‘기회의 땅’이 되는 셈이다. ‘호남동행’을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표만 노린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몸부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