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다른 윤 대통령의 ‘이념 사용법’
친일비판 거세자 “불필요한 이념 논쟁”
지난해는 “공산 전체주의” 색깔론 공세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건국절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이념논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마다 달랐던 그의 ‘이념’ 관련 언급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야권을 겨냥한 공방에 이념을 편의적으로 끌어들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주변 참모들에게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기념단체들이 논란의 원인이 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거부하자 나온 얘기다.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이 우리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주장과도 일면 닿은 모습이다.
임기 초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외의 이념문제에 대해서는 민생과 대척점에 두고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2022년 5월 22일 국무회의에서는 “탈이념과 탈정치, 그리고 과학 기반화가 바로 정상화”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7월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새 정부에게 국민이 바라는 기대는 이념이 아니라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포퓰리즘적인 인기 영합 정책이 아니라 힘이 들어도 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을 바로 세워 달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한미일 관계강화를 추진하면서부터는 ‘이념전쟁’을 주도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그해 8월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지난 정부를 겨냥해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이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에도 “지금 우리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색깔론 공세’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윤 대통령의 이념공세성 발언은 총선 후 사라졌다. 대신 민생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모든 발언들을 채우고 있다. 최근의 ‘건국절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이념논쟁’이라는 입장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제기한 쪽은 윤 대통령이었다”며 “한일의 미래지향적 관계는 좋지만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의 정서를 보듬지 않은 채 편향성 인선을 거듭하다 반발이 이니까 ‘이념논쟁’ 운운하는 것은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