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9월 공무원 새 수도 이주 연기”

2024-08-16 13:00:02 게재

신수도 건설 지연 때문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현재 자바섬의 자카르타에서 동쪽 칼리만탄(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로 신설 이전하려던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다음달부터 1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이주시키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15일(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신수도 예정지인 누산타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달부터 신수도로 공무원들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누산타라의 준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일정을 강행하고 싶지 않으며 준비가 덜 된다면 계획을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자카르타의 인구 폭증과 침수, 지반 침하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카르타에서 약 1200㎞ 떨어진 칼리만탄섬 누산타라로 수도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누산타라를 수도로 공식 선포하겠다며 지난달 말부터 누산타라에 마련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신수도 건설은 2045년까지 총 5단계로 진행한다는 방침이 세워졌고, 1단계로 올해 대통령 집무실과 주요 부처, 공무원들을 이전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2일 누산타라에서 첫 각료회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신수도 공포 계획은 취소됐고, 9월부터 주요 부처를 이전하려던 계획 역시 늦어질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누산타라에 상하수도나 전력망,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여전히 갖춰져 있지 않으며 정부 청사나 공무원들이 지낼 주택 건설 역시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대통령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당선인은 대선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신수도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당선 뒤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는 10월 자신의 취임식도 누산타라가 아닌 자카르타에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 선서는 수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자금 부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수도 건설 총사업비로 320억달러(약 44조원)를 예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총사업비의 20%만 재정으로 충당하고 80%는 민간 투자로 마련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확실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는 누산타라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행사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기로 했다. 당장 행사 참석자 수를 8000명에서 1300명으로 줄였다. 많은 사람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아서다.

또 각종 문화 공연이나 열병식 등 행사도 수도 자카르타와 나눠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는 누산타라와 자카르타에서 동시에 열리게 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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