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에 투표? 아직 결정 못해”
‘친팔’ 시위대 “이스라엘 지원 중단” 촉구 … 참가 규모는 예상보다 적어
CNN과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회장 안은 ‘해리스 대관식’으로 불릴만큼 축제 분위기로 고조돼 있지만, 대회장 바깥에선 가자지구 전쟁 반대를 외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에 들어가면서 경찰과의 작은 충돌이 시작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 전역의 200개 이상 단체가 참가한 ‘DNC 행진(March on the DNC)’이 주최한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그녀의 이름은 킬러 카멀라”,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조”,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참여자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다. 대부분이 해리스의 주요 지지층인 이들이 전당대회장 밖에 모여 민주당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통신은 활동가 수십명이 “지금 당장 점령을 끝내라”고 외치며 전당대회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보도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다수 경찰관들은 방독면을 착용했고, 경찰 앞에 설치된 펜스를 무너뜨리고 들어온 일부 활동가들이 체포돼 수갑이 채워지는 등 상황이 격화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NYT는 몇몇 시위대가 경찰에게 표지판과 캔을 던져, 6명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CNN 뉴스는 몇몇 시위대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는 1968년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을 때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와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자 전쟁은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에게는 뜨거운 감자다. 전쟁의 장기화를 막고 휴전 협상을 서둘러 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통적인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반면, 시위대의 핵심 요구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도움 되는 무기 수출을 금지하라는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이민권, 사회주의, 노동자 권리 등을 옹호하는 진보 성향이라 평소 같았으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들이다.
해리스는 애매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다. 그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하마스 위협 제거’ 목표에 동의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에 반대한다. 동시에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재앙은 강하게 비난한다.
NYT는 이번 시위 행진이 “당내 단결을 강조하려는 해리스 부통령의 노력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전당대회 첫날 시위대의 규모는 수천명 정도로 주최측의 예상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여러 시위대가 해리스와 민주당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네소타에서 온 시위 참여자 엘리 페이언스-맥쿨은 “단지 트럼프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면서 아직 해리스를 지지할지 다른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집회는 열정적인 구호와 연설로 이루어졌고 큰 충돌은 없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한때 이스라엘 국기를 든 10여명의 사람들이 시위대가 모인 공원 주변을 행진하고, 소수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그들과 나란히 행진하자 경찰들이 두 그룹을 분리하기 위해 나섰지만 충돌은 없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DNC 행진 주최 측은 이날 인원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주중에 더 많은 시위대가 시카고에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최측 대변인인 하템 아부다예흐는 “월요일 아침은 그리 좋은 시작 시간이 아니지만 전당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시위를 벌이고 싶어 그 시간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