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경찰대 개혁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경찰·소방 중간 간부제도 개혁 토론회’가 있었다. 경찰과 소방 조직에서 고질적인 인사 적체와 현장 경험 부족에 따른 지휘 능력 미흡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중간 간부 입직 제도 개선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특히 경찰대를 졸업하면 신규임용 시험 없이 자동으로 경위에 임용하는 ‘특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모색은 그동안 경찰대 폐지를 포함한 경찰대 개혁논의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경찰대 졸업생의 자동 경위 임용’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경찰대학 소정의 학위과정 이수를 의미하는 졸업과 경찰공무원 지위를 얻는 임용(신규채용)은 엄연히 구별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이들도 다른 비경찰대 출신과 함께 ‘경위 경쟁채용시험’을 치르는 방안이 나왔다. 또 경찰의 신규 채용자는 치안 현장에서 1년간 적격성 평가를 통해 부적격자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경찰대 졸업생 등 경위 중간 입직자는 이러한 시보임용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특혜’ 시비의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중간 간부 입직 제도 개선 심도 있게 논의
졸업생이면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입직하는 제도는 경찰대 설립 당시에는 경찰사관학교 성격을 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초임 간부를 신속하게 현장 지휘부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만성적인 승진 적체 문제와 졸업생의 경찰 고위직 독과점으로 인해 조직 내부의 갈등과 사기 저하의 문제를 낳고 있다. 중간 입직 간부에 밀린 늦은 승진은 당장에 연봉은 물론 퇴직 후 연금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입직제도 개혁은 현장 경찰관이 꿈꾸는 미래이자 버거운 치안 현장을 참고 견디게 해주는 희망이다.
근대 경찰을 제도적으로 확립한 영국에서는 이 같은 중간 간부 입직은 없다. 모두가 순경(constable)부터 출발한다. 우수 인재라도 현장 근무로 함께 시작하며 그중 일부는 필요한 전문 교육과정을 밟으며 중견간부로 성장하도록 한다. 모두가 출발선이 같았으므로 특권층이나 특권의식이 있을 수 없다. 비경찰대 출신은 조직 내에서 성장판이 일찍 닫힌다는 열패감이 경찰조직에 더는 만연되지 못하도록 이들의 승진·보직은 물론 교육기회에서도 적극적 우대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경찰조직은 ‘간부’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간부와 비간부를 구분 짓는 것이 구태일 뿐 아니라 경찰행정의 효율성에도 전혀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조직이 간부와 비간부로 갈라져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현실은 이미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몇몇 명칭에서 ‘간부’라는 단어를 삭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출신 대학과 입직 경로를 따지지 않고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과 리더십이 있다면 조직의 기둥인 ‘간부’로 성장할 사다리를 제공하는 등 만년 하위직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2022년부터 윤석열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 논의를 이어가지만,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경찰대 폐지론이 처음 제기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바늘구멍을 뚫고 입직한 젊은 경찰관들도 철밥통 같은 직장을 하나둘 떠나고 있다. 아직 미완의 개혁임에도 경찰대가 본질적인 부분에서 경찰에 투신할 우수 인재를 조기에 유입하고 배출해 내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찰대학의 사관학교식 학사 운영이 민주 경찰을 양성하는 데 유효한지 비판적으로 살피고 수사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기관으로 새출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경찰조직 선제적 개혁 용기 있게 이끌어야
이와 함께 ‘우수한 경찰’의 개념도 바뀔 때다. 오늘날 전국 4년제 대학 40여곳에 경찰관련학과가 성장했고 순경 입직자의 90% 이상이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학 및 범죄학의 본고장에서 유학한 교수들로부터 서구식 경찰서비스는 물론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배우고 익힌다.
경찰조직이 건전성을 확보하고 구성원의 성장과 조직에서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면 다양한 전공의 우수 인재도 몰려올 것이다. 경찰은 정치 변혁기마다 개혁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선제적 개혁을 용기 있게 이끌어야 한다. 무릇 참된 공직자라면 국민에게 이익되는 방향만을 생각할 일이다.
대전대학교 교수
경찰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