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돌봄시설 생겨도 아파트값 안 떨어진다

2024-08-30 13:00:42 게재

서울 ‘중증 노인시설’ 주변 분석

주변 가격 변동 추세 그대로 반영

자발적 신청 단지, 재건축 속도↑

노인돌봄시설이 생기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일부 단지 주민들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내일신문이 서울시·부동산 전문가 등과 서울 주요 노인요양시설 인접 단지들의 최근 10년간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노인시설과 아파트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시가 강동구 명일동에 건립한 시립강동실버케어센터 모습. 다양한 정원과 녹지를 보유하고 주민들에 센터 정원을 개방하고 있어 지역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강남실버센터는 중증 노인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를 함께 운영하며 삼성로 628에 위치해있다. 인근에는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416세대) 삼성동힐스테이트2차(926세대) 래미안라클래시(679세대) 삼성동힐스테이트1차(1144세대)4개 단지가 있다.

이 가운데 강남실버센터와 가장 가까운 곳(직선거리 90m)인 센트럴아이파크의 평당 가격은 9411만원(2023년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변 단지 중 래미안라클래시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가격 변동 추이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라 주변 아파트값은 3.3㎡당 6700만원에서 7930만원(힐스테이트1차. 평당 매매가 기준), 6426만원에서 9411만원(센트럴아이파크. 평당 매매가 기준)을 오르 내렸으며 이를 그래프로 그린 결과 등락 폭과 오르고 내린 시점에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중증 노인돌봄시설 주변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강동노인복지관치매요양원 주변엔 명일삼환(306세대) 고덕현대(524세대) 명일한양(540세대) 명일신동아(570세대) 명일2동우성(572세대) 5개 단지가 인접해 있다.

이 가운데 요양원과 가장 가까운 명일삼환의 경우 세대수가 적어 평당 매매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다는 것 외엔 주변 단지들과 가격 변동 흐름이 거의 유사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공인중개사는 “요양원에서 14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시설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진 않다”며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린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 폭이 주변 단지보다 작은 곳도 있다.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 인접한(110m) 대보아파트는 주변 B 아파트 평당 매매 가격이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20% 이상 떨어질 때 하락 폭이 4%에 그쳤다. 세대수가 적고 준공된 지 오래된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낙폭에 차이가 크게 나는 셈이다.

기피시설과 인접 아파트 가격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해온 한 부동산 전문가는 “노인시설 등 이른바 기피시설이 가격 변동에 영향을 끼쳤다는 근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많은 사례를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했지만 일부 주민들의 항의와 소위 ‘좌표찍기’에 당해 공개적으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은 평형 세대수 브랜드 특히 교통편의성과 학군, 최근엔 공원 등 녹지, 산책로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노인시설 유무가 매매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은 3~4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드나드는 데이케어센터보다 더 기피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시 관계자는 “중증도가 1~2급인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요양원 주변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데이케어센터는 집값과 상관관계가 더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대교, 노인시설 우선 신청 = 재건축 단지들의 노인돌봄 등 공공시설 기피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반대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기부채납으로 제공하기로 한 노인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달리 인근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조합측이 아예 노인돌봄시설을 먼저 신청했다.

서울시, 자치구와 갈등이 해소되니 재건축 관련 심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전체 정비사업 일정이 1년 이상 앞당겨지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노인시설에 대한 악성루머가 해소된 것도 시설 설치가 빠르게 합의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일부 단지들에선 공공기여로 만들어진 노인시설을 저소득층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는 단지 주민들이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내일신문 확인 결과 공공기여로 만들어진 노인시설은 소득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고 중증도에 따라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로 돌봄 기관만 바뀔 뿐이다.

서울시의 공공시설 기피에 대한 강경 입장도 단지들 입장 변화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데이케어센터가 없으면 신통기획도 없다"며 "이익은 챙기고 공공성은 외면하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는 것은 사업성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행강제금 부과, 주변 인프라 지원 등에서 시 지원을 받지 않고 단지 이익만을 고수할 경우 사업 지연으로 비용이 증가해 결국 입주민들이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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