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토지거래 집중조사

2024-09-03 13:00:26 게재

9월부터 자치구와 합동조사반 구성

투기수요 차단하고 불법행위 수사

“서울 집중, 균형발전 저해” 지적도

서울시가 개발제한구역 토지거래 를 집중 조사한다.

시는 9월부터 자치구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반을 구성,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토지 이용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과 연계한 조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강남구·서초구 일대 21.29㎢와 국토부가 지정한 송파구 일대 2.64㎢를 포함해 서울 전체 그린벨트 149.09㎢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 발표를 전후해서 그린벨트에 대한 투기성 거래가 늘어난다는 우려가 나왔다. 투기 수요가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린벨트를 건드리면서까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취지가 무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은 자치구 정기조사 미조사분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허가받아 취득한 토지들이다. 시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취득한 토지를 이용하지 않거나 당초 이용 목적과 다르게 사용 또는 무단 전용하는지 등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위반이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수사 의뢰 및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다. 허가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토지가격 30%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행강제금은 미이용·방치 시 취득가액의 10%, 타인 임대 시 7%, 이용목적 무단변경 시 5%이다.

현재 서울시 내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14.4㎢),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4.58㎢)와 신속통합기획 및 공공재개발 후보지(7.57㎢)들이다. 총 면적은 182.36㎢에 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9일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가격 상승, 수도권 과밀 부추겨 = 시가 자치구까지 동원해 대대적 조사에 나선 것은 그만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의도는 땅값 부담이 적은 그린벨트를 풀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투기 수요가 몰리면 서울 집값 안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택지를 늘리는 일은 서울 집중, 수도권 비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서울은 그린벨트를 경계로 경기도 인접 도시들과 연결돼 있다. 그린벨트가 일종의 담벼락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 구역 해제로 이 경계가 허물어질 경우 곧장 서울 부동산 문제가 경기도로 확산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린벨트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 개발계획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초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푸는 걸 오랫동안 반대했다. 환경 보호 외에도 집값 자극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재개발 재건축에서 제때에 물량을 뒷받침해주면 개발제한구역 활용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소멸을 부추기고 국토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린벨트 해제가 수도권 초집중화를 심화시켜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최근 오세훈 시장이 제안한 ‘권역별 거점형 지역발전전략’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 정부 권한과 재정의 절반 이상을 내려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사업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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