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살해·유기’ 아들 징역 15년 확정

2024-09-19 13:00:02 게재

1심 징역 20년→2심 징역 15년, 감형

대법, 상고 기각 … 심신 미약 인정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아파트 지하 저수조에 시신을 숨진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 20년 선고를 받았으나, 2심에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돼 징역 15년으로 감형된 것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존속살해·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자택에서 부엌에 있던 흉기로 아버지를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아파트 지하 2층 저수조 안에 넣어 숨겼다.

부모와 함께 살던 김씨는 평소 부친의 잔소리에 불만을 품고 있다 어머니가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또 살해 후에는 범행 장소인 화장실에 물을 뿌려 청소하고 시신을 옮기기 전 현관 입구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범행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20년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할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김씨측 변호인은 김씨가 6세 무렵 자폐성장애 3급을 진단받아 장애인 등록을 한 점을 들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차례 약물치료 외에 별다른 치료 이력이 없고, 의류매장에 취업해 약 8년간 사회생활을 해왔으며,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치밀한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지적한 김씨의 증거인멸 시도가 오히려 심신미약을 인정할 만한 판단력 부족과 사회성 결여를 드러낸다고 봤다.

김씨가 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면서도 이 모습이 촬영된다는 점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점, 시신은 옮기면서도 혈흔은 그대로 남겨둔 점 등을 지적하며 “단편적인 부분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씨가 담당한 업무는 청소, 포장, 물건정리 등 단순작업이었고 복지관 알선으로 취업하게 된 것이었다”며 이같은 이유로 장애 수준이 경미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유족인 피고인의 어머니는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며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감형 이유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김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그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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