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기후파탄과 저출산, 국가소멸 위기에 대해
넷플릭스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중국 SF 작가 류츠신의 ‘삼체’를 보고 그 세계관과 서사에 몰입된 적이 있었다. 작품의 무대인 가까운 미래뿐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여러 문제에 대해 새로운 상상과 자극을 주어서다.
드라마나 소설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책 뒤표지에 소개한 다음 카피를 참고하면 된다. ‘세 개의 태양이 불타는 센타우루스 알파성 삼중성계 삼체 문명의 항성급 함대가 지구를 향해 출발한다.’ ‘인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희는 벌레다!’ 삼체인에게 인류는 벌레 수준이라는 얘기다.
인류의 희망은 하나뿐이다. 센타우루스 알파성계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항성계로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삼체인은 빛의 1/100 속도로 400년 후에야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동설조차 받아들이지 않던 400년 전을 생각하면 400년 후는 인류의 과학이 어느 수준에 이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미래인 것이다.
삼체인도 인류의 과학 발전속도를 고려하면 자신과 대적할 정도의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기간이라고 보고 대비책을 마련한다. 양자얽힘을 이용한 ‘지자(智子)’라는 양성자 크기의 슈퍼컴퓨터를 지구에 먼저 보내 과학기술 연구를 완벽히 통제한다.
400년 후 닥칠 절멸보다 더 큰 재앙
이쯤에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삼체 위기, 즉 400년 후에 닥칠 인류멸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계는 지금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온갖 문제에 직면해있다. 전쟁 테러 재난 빈곤부터 환경문제 기후위기까지. 최근에는 많은 나라에서 출산율 저하로 국가소멸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대로 간다면 삼체 함대가 지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인류문명이 붕괴하고 인간도 멸종한 뒤일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위기를 인류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꾸 하게 된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아래로 억제하도록 전세계가 노력하기로 한 2015년 파리협정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미 1.45℃ 높아졌다고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데 이어 올해 8월의 경우 1.51℃ 높아져 파리협정 마지노선 1.5℃ 초과했다고 유럽연합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가 밝혔다.
지난 5일 기상청은 올해 여름 전국 평균기온이 25.6℃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꼽았다. 열대야 일수도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매년 여름이 “남은 일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말한다. 올해는 추석까지 폭염이 이어지더니 폭우까지 퍼부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중시켰다.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거의 무관심 수준이다. 헌법재판소가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실효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며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전에 올인하며 재생에너지를 도외시한다거나 유전개발, 기후대응댐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산율 문제는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2006년 전망한 대로 한국이 1호 인구소멸 국가가 될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하고 있다. 23일 통계청은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과 세계 인구변화 추이를 발표했다. 세계 인구는 올해 81억여 명에서 2072년 102억여 명으로 늘지만 한국 인구는 같은 기간 5200만명에서 3600만명으로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고령인구 비율은 19.2%에서 47.7%로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50년 뒤 한국 인구 1/3이 줄고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50년 후 인구 1/3 감소, 노인 절반 차지
이런 추세라면 콜먼 교수가 애초 전망한 2750년이 아니라 2300년 한국이 인구소멸 국가가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세계 전체 인구도 장기적으로는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설치를 추진하는 등 나름 적극적이다. 의료개혁을 한답시고 의료대란을 부른 윤석열정부가 저출산 문제만은 잘 풀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