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차량을 대리주차하다 다른 차량 12대를 들이받은 급발진 의심사고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불입건 처리했다. 한편 법원은 사고 차량에 대해 증거보전 결정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과는 입주자 차량을 이동시키려다 다른 차를 들이받은 아파트 경비원 안 모씨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지난달 2일 입건 전 조사종결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안씨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중으로 주차된 이 모씨의 벤츠 차량을 대신 운전하던 중 다른 차량 12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안씨는 타박상을 입었고 다른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유지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상대방 인명 피해가 없는 과실재물손괴에 해당해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불입건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사고 후 안씨와 차주 이씨는 브레이크 미작동으로 인한 급발진 유무를 따지겠다며 지난 5월 차량 제조사와 수입사, 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이들은 “브레이크 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차가 후방으로 돌진했고, 변속 레버를 조작하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했다. 또 “급발진 사고의 전형적인 특징인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와 다른 굉음도 났다”고 밝혔다.

민사소송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사고 차량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그동안 법원이 급발진 소송에서 사용되지 않던 ECU(전자제어장치) AEB(긴급제동기능), 제동 보조장치 등 퍼포먼스 데이터와 로그 데이터 등 다양한 차량 기록을 활용해야 한다며 제출한 증거보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했다.

차주 이씨는 “사회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4개월 만에 증거보전 신청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