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다음 달 분수령을 맞는다.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서다. 두 재판 모두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1심 결과만으로도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절차를 완료하고 선고공판을 11월 25일로 지정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19년 2월 검사 사칭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이던 2002년 김 전 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2004년 벌금 15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당시 김씨는 재판에서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기 위한 김 시장과 KBS간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김씨의 증언이 이 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본다. ‘기억이 없다’는 김씨에게 허구에 불과한 ‘협의’가 존재했던 것처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주입해 증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함께 재판을 받는 김씨는 위증을 인정한 상태다.

반면 이 대표는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지 위증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측은 특히 검찰이 ‘있는 대로 얘기해 달라’고 12번이나 말한 내용을 다 빼는 등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는 감추고 짜깁기했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위증교사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치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교사는 사법방해 행위로 법원에서도 엄중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이 대표의 혐의가 인정되면 높은 수위의 처벌이 예상된다. 이 대표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이에 앞서 다음달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이 열린다.

이 대표는 대선이 본격화되던 지난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하고, 그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해 허위인 점을 알고도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김 처장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오는 등 12년간 특별한 교유행위를 한 사이인 만큼 ‘알지 못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허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발언도 치밀하게 준비된 ‘거짓말’로 본다.

반면 이 대표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도 “당시 그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김 처장을) ‘몰랐다’는 말이 만나거나 접촉한 사실이 없단 건 아니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백현동 부분에 대해선 “말이 좀 꼬였던 것”이라며 “허위사실 공표죄는 고의로 거짓인 사실을 공표하는 것만 처벌한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의 경우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확정돼도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최종 유무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이 대표에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음 대선 도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반면 이 대표가 무죄 판단을 받으면 정치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외에 ‘대장동·백현동·위례 신도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 등 재판은 사건 내용이 방대하고, 대북송금 사건은 이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는 단계여서 1심 선고가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