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미국 빅테크기업과 협업·투자유치 ‘물꼬’
홍준표 시장 메타에 안경테 생산 요청
세계최대 투자사 ‘PNP’ 대구투자 유치
대구시가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함께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표철수 엑스코 사장 등으로 구성된 대구시 방문단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메타와 PNP본사를 잇따라 방문해 상호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PNP와 대구지역의료 스타트업 기업인 ‘엠에이아이티’(MaiT·대표 이시욱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간 투자협약식도 열렸다. PNP가 서울 소재 기업 2개사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대구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MaiT’, PNP투자 직후 ‘TIPS’ 선정
PNP는 협약에 따라 엠에이아이티의 미래 기업가치를 400만 달러(약 53억원)로 보고 초기 투자금으로 5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엠에이아이티는 2022년 3월 계명대 첨단산업지원센터에 창업한 스타트업기업으로 고관절 이형성증(DDH) 인공지능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신생아나 어린 동물 등에서 고관절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질환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소프트웨어로 의료 영상(X-ray, MRI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창업화한 회사다. 전체 직원은 11명이고 지난해 기준 매출은 4300만원이다.
실제 투자협약 직후 엠에이아이티는 지난 2일 사단법인 엔젤투자협회로부터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TIPS)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PNP는 미래가치와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매년 200여개 기업에 5만달러에서 20만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욱 엠에이아이티 대표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PNP 본사의 유니콘 기업 현판에 회사 이름으로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NP 본사에는 자신들이 발굴해 육성한 페이팔, 드롭박스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31개사의 이름이 걸려 있다. 이 중에서 한국계 미국인 팀 황이 창업한 ‘피스컬노트’라는 회사도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3’현장에서 이란계 이민자인 사이드 아미디 PNP회장을 만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PNP는 지난 4월 국내 두번째로 대구에 지사를 설립했다.
홍준표 시장은 “PNP와의 협력을 통해 대구의 스타트업이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PNP도 대구가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미르 아미디 PNP 부사장은 “시대흐름에 맞고 글로벌하고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발굴해 창업 초기부터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이어 액셀러레이팅과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 3단계로 기업을 육성한다”며 “대구가 세계적인 창업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메타에 선글래스 선물, ‘AR글래스’의 안경테 주문 요청
대구시 방문단은 이날 오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메타 플랫폼스’ 본사를 방문해 메타측으로부터 최근 발표한 신제품과 사업구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홍 시장의 메타방문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인데다 대표적인 페이스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메타측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방문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기업기술 보안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을 맞이한 앤디 오코넬 메타 부사장은 “홍 시장이 한국 정치인들 중 가장 활발히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본사 방문을 환영했다.
홍 시장은 “정치적인 의사표시나 대구시정을 홍보할 때도 페이스북이 소통 수단으로서는 제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널리 퍼져 있다”며 “페이스북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특히 메타는 이날 미래 신제품과 아이디어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앤디 오코넬 부사장은 “지난주에 페이스북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들을 발표했는데 그 때 공유한 내용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에 왔다”며 “지난주 메타의 ‘커넥트 2024’에서 발표한 새로운 제품들과 아이디어들을 5가지 새로운 이니셔티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우선 VR(가상 현실)과 혼합 현실을 볼 수 있는 퀘스트, 실제 공간에 메타버스를 가지고 끌어서 오는 하이퍼 스케이프, 핸드폰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메타가 야심차게 내놓은 동시통역 등 AI기능이 탑재된 AR글래스(레이밴메타) 및 차세대 AR스마트안경 시제품(오라이언)을 차례로 소개하며 진행됐다.
이에 홍 시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한 광고 매출 등이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는 AR글래스를 통해 제조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홍 시장의 제안은 AR글래스의 안경테 주문자 생산(OEM)사업이다.
그는 “대구는 전 세계에서 안경 제조업체가 집약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이고 대구에서 만드는 안경테가 세계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후 대량생산 단계에서 OEM할 때 대구를 적극 검토 해달라”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홍 시장은 메타측 관계자들에게도 대구에서 생산된 선글라스를 선물로 전달했다.
메타측은 이에 “아직 실제 제품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앤디 오코넬 부사장은 메타만의 오픈 소스 AI모델과 관련 “이제 AI가 어느 한 기업에서 독점되지 않고 오픈 AI도 앞으로 인터넷 기술처럼 AI의 기본 기술들을 무료로 쓸 수 있으면서 AI를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메타가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