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대표, 2년전 미정산 예견”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약 2년 전에 이미 위기 징후를 감지한 정황을 확보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 인수 직후인 2022년 9월 다른 경영진에게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은 뽑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또 큐텐 재무본부장 이 모씨가 지난해 10월 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대금 정산이 지연되자 ‘티몬과 위메프의 생사가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고, 구 대표도 이 상황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이처럼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도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했고,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큐텐그룹 계열사로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류광진 티몬 대표도 2022년 12월쯤 판매자들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올해 초부터 정산 대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정산 대금 미지급은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때문’이라는 허위 해명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큐텐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2022년말 기준 5000여억원에 달한 미정산 금액을 460억원으로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보고한 혐의도 영장에 담았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