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동종 소유자들이 벤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벤츠 EQE 전기차 소유자 23명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회의실에서 소송제기 설명회를 열고 벤츠사 등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성자동차 등 공식판매대리점, 리스사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을 상대로 허위 광고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결함 은폐에 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차주는 23명으로 해당 차량은 21대에 이른다. 이들 차주는 차량당 1000만원씩 총 2억1000만원을 일단 청구하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면 증액해 청구 금액을 높일 예정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사기와 착오에 기한 매매·리스계약 취소도 진행한다”면서 “1차 소송이며 이후 2차 소송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350 전기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87대 차량이 불탔고 783대가 그을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20일 차량이 외부 충격에 따른 배터리셀 손상으로 불이 났을 개연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이후 동일 차량 소유자들은 벤츠측이 홍보와 다르게 화재 차량에 배터리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LT 제품이 아닌 10위권 업체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전기차에 배터리는 성능·수명·안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화재는) 단순 피해 사례가 아닌 벤츠가 소비자들을 기만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EQ 파라시스 기망판매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총괄 부사장은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EQE 모델에 CALT이 공급한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 변호사는 “EQE 모델에 CALT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기망한 것이 핵심”이라며 “이외에 결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이야기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설계 자체를 들여다보면 화재 원인이 설계 결함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비대위와는 관련 없는 개별 차주들의 소송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정위는 벤츠코리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한편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 7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과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CALT도 EQE에 사용되는지’ 질문이 있었고 그에 대해 스타진스키 부사장이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CALT 배터리만이 EQE 모델에 사용된다는 답변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화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고 상황이 명확해지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