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호텔화재 유가족 "진상규명" 촉구
9일 부천시청 앞
시민추모제 개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참사 49일째인 9일 오후 3시 부천시청 앞에서 희생자 7명을 기리는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과 부천시민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 점검 및 대응 사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다시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부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유가족,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송근석 부천화재참사유가족모임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참사 이후 제 아들을 비롯한 희생자를 생각하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저민다”며 “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일을 하늘에서는 맘껏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유족들은 고인들을 추모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합동분향소에 흰 국화꽃 한송이를 올리거나 포스트잇에 ‘기억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등의 글을 적어 게시판에 붙였다.
유가족모임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유가족의 현장 방문 허용, 부천시의 부실 대응 사과, 철저한 소방점검, 정부의 재발 방지대책 수립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부천 호텔화재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건물 소유주 A(66)씨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모임은 입장문을 내 수사본부의 수사결과에 각종 의문점을 제기하며 보강수사를 요구했다. 소방과 지자체가 평소 소방시설 점검을 통해 화재건물 객실 내에 간이완강기가 비치되지 않았고 평소 비상구 방화문을 개방한 채 운영하는 등의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소방은 고층건물 화재 신고를 받고도 고가사다리차를 늦게 운용하고 왜 에어매트 부실설치로 추락사를 초래했는지 등이다.
유가족들은 입장문에서 “수사본부는 이미 전달한 수사요구사항에 대한 납득할만한 답변을 해야 한다”며 “이런 식이면 화재 시 119에 신고할 필요 없이 차라리 건물주나 영업자들을 다그치거나 민간사다리차 운영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목숨을 건질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성현 유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고인들은 소방 구조 활동 이전에 사망했다”며 “소방이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에 힘을 썼더라면 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4분쯤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