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성범죄의 체계와 위장수사의 한계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제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도입되어 2021년 9월 24일부터 시행중이다. 익명성 폐쇄성 기술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범죄는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잠재적 범죄자를 발견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청법이 허용한 위장수사의 형태는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다. 전자가 단순히 소극적으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적극적으로 허위문서를 만들어 신분을 위장하고 수사하거나 그 위장한 신분으로 계약하거나 성착취물·성촬영물을 소지·판매·광고해 수사하는 것이다.
최근 심각성을 드러낸 이른바 딥페이크범죄로 불리는 성조작물범죄에 대한 엄벌정책을 반영해 성조작물소비(소지·구입·저장·시청)죄를 신설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법) 개정안과 함께 야간·공휴일의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긴급신분비공개수사를 허용하는 아청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했다.
비공개수사 외부적 통제장치 필요
위장수사는 수사의 상당성과 불심검문시 경찰의 신분공개의무에 어긋나고, 수사 대상자의 진술거부권, 정보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그래서 신분위장수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하고 절차적으로 검사를 경유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긴급)신분비공개수사는 상급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만 받도록 하고 있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수사이므로 외부적 통제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신분비공개수사가 전제되는 상황, 다시 말해 왜 신분비공개가 필요한 상황인지, 어떤 요건을 갖춰야 신분비공개수사가 허용되는지 규정되어야 한다.
성범죄는 신체접촉 있는 성범죄와 그렇지 않은 성범죄로 구별할 수 있다. 전자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범죄와 그렇지 않은 성매매범죄와 성보호범죄가 있다. 성보호범죄란 형법이 금지하는 ①13세 미만 사람과 신체접촉, ②19세 이상 사람과 13세 이상 16세 미만 사람의 신체접촉을 말한다. 16세 미만 사람의 동의가 있더라도 처벌된다. 16세 미만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행위에 주목해 신체접촉죄라고 부를 수도 있다.
신체접촉 없는 성범죄는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에 한정된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로 구별할 수 있다. 후자에는 성폭법의 성촬영물범죄 성조작물범죄 성표현물도달죄가 있다. 성촬영물범죄는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촬영죄와 촬영물 유포·소비·이용(협박·강요)죄를 말한다. 성조작물범죄는 정상적인 영상물을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 등 조작죄와 조작물 반포·소비죄를 말한다.
성표현물도달죄는 흔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불리는 범죄다. 통신매체를 통해 성표현물(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물건)을 타인에게 도달하게 해서 그 타인에게 성적고통을 주는 범죄다. 자기나 타인의 ‘성적 욕망 유발·만족시킬 목적’ 요건을 삭제하고 성표현물추행죄로 부르는 게 옳다.
아동·청소년에 한정된 신체접촉 없는 성범죄에는 그루밍 성범죄와 아청법의 성착취물범죄가 있다. 성착취물범죄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유포·소비범죄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부르던 것으로서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의 성행위 표현 영상물을 말한다.
그루밍 성범죄는 형법상 성보호범죄의 예비·음모죄와 아청법의 성대화죄와 성행위유인·권유죄를 말한다. 성보호범죄의 예비·음모죄는 16세 미만 사람과 신체접촉할 목적으로 준비하거나 모의하는 범죄다. 성대화죄와 성행위유인·권유죄는 19세 이상 사람이 정보통신망에서 18세 이하 사람에게 성적 욕망·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거나 성행위를 유인·권유하는 범죄다.
성행위유인·권유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해야
이들 성범죄 중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촬영물범죄 성착취물범죄 성대화죄 성행위유인·권유죄에 한정된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성범죄로 위장수사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장수사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부합하려면 성대화죄와 성행위유인·권유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신설해, 예컨대 실제는 위장한 경찰인데 12세로 알고 성대화를 한 성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