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명태균 만남 2번? 3번? 군색한 해명에 의혹 증폭

2024-10-11 13:00:07 게재

대통령실 “2차례 만남 후 연락한 적 없다”

김종인·이준석 등 발언과 엇갈리자 입장 번복

민주당 “국민 뜻과 법대로 특검수사가 정답”

김건희 여사 공천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명태균씨가 ‘폭탄발언’을 이어가면서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명씨는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수시로 연락하는 돈독한 사이였음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변인실을 통해 명씨를 두세차례 만난 것 외에는 별다른 교분이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은 명씨와 동석했던 정치권 인사들의 추가발언이 나오면서 군색해진 모양새다. 현재까지 제기된 정치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명씨를 최소한 4번 만났다.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친분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명씨가 사적 친분을 통해 국정현안이나 공천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명태균 의혹’ 질의하는 이광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씨의 여론 조사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대통령, 명씨와 별도의 친분 없어” = 명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 자택에 수차례 방문하고 연락하면서 국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고, 윤 대통령 부부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 등을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명씨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씨를 만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자택에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윤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로부터 대선 관련 조언을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명씨 동석한 자리 4번? 대통령실은 ‘3번’ 확인 = 2번의 만남이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동석한 당사자로 거론된 이들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당했다. 명씨를 소개해준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로 이준석 당시 대표가 지목되자 이 의원은 9일 채널A에서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연히 (명씨는) 그 전부터 윤석열 총장과 알고 있었다”며 본인이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처음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김영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처음 명씨를 소개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추천했다”면서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를 한 차례 만났다”고 말했다.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으로 거론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2021년) 7월 4일 한 식당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날 때 명씨가 동석했다”고 밝혔다.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난 적은 있지만 자택을 방문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의 사실 부인 이후 박완수 경남지사가 해당 인물로 지목되자 박 경남지사 측은 한겨레에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시절인 2021년 7월 말~8월 초 박 지사가 명씨 제안으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집을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면서 “자택에서 만날 때에는 윤 대통령과 명씨 등 3명이었으며 김건희 여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관련자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명씨를 자택에서 2번 만났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도 있었다고 확인했다.

대통령실 해명 후 증언이 엇갈리며 윤 대통령과 명씨와의 만남 횟수가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의혹을 더 키우는 형국이 됐다.

◆민주당 “국민의힘, 반격 않고 숨죽여” 특검 주장 =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이 명씨와 관련한 의혹 해소에 소극적이라며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증인출석을 거부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8명 중 5명이 김건희 여사 관련 증인”이라며 “정권 최고실세인 김건희 방탄 목적으로 보이는데 특검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재보선 후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만난다고 하는데 (한 대표가) 민심을 받들어 김건희 특검 수용을 건의하고 설득하는 용기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명씨가 거론한 (국민의힘 인사) 대부분이 반격하지 않고 숨죽이는 형국”이라며 “국민의힘 전체가 마치 ‘명 앞에 쥐꼬리’”라고 힐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 뜻과 법대로 특검수사가 정답”이라며 “명태균이 아니라 김건희가 본질이고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박소원 이명환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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