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충암파’ 앞세워 ‘계엄 준비 의혹’ 제기하나
101경비단 ‘경비계엄’시 경호처·군과 역할 의심
국방부와 군 요직에 충암고 출신이 진출한 점을 들어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했던 야권이 황세영 101경비단장과 경찰 인사권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묶어 ‘충암파’ 문제를 다시 꺼내들 태세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들어 군 요직을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이 대거 차지하며 이른바 ‘충암파’ 논란이 일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이 모두 충암고를 졸업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정부를 압박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17사단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을 거쳐 중장으로 전역한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TF 위원을 맡아 대통령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22년 윤석열정부의 경호처장으로 임명됐으며 최근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국방부 장관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방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군정권과 군령권을 통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11월 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사령관(육군 중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9년 후배다. 방첩사 전신인 기무사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른바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유가족 정보 수집에 나서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었다.
방첩사의 주요 임무는 군 관련 정보 수집이다. 하지만 과거 기무사나 보안사 시절에는 민간 정보 수집에 나서거나 수집된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4월 777사령부 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종선 소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1년 후배로 알려졌다. 이 부대는 대북 신호 정보 등 특수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국군정보사령부와 함께 대북 정보를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와 경비를 책임지는 101경비단장까지 충암고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야권이 ‘충암파’ 논란을 전면에 내세우며 ‘계엄 의혹’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유사시 ‘경비계엄’이 선포되면 101경비단이 경호처, 군과 함께 핵심 구실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이 있다. 경비계엄이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사회질서가 교란돼 일반 행정기관만으로 치안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하는 계엄을 말한다.
101경비단은 직제상 서울경찰청 직할대다. 하지만 경호처가 사실상 작전을 통제한다. 황 단장이 임명된 지난 2월 대통령경호처장은 김 장관이었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처가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군과 경찰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야권이 크게 반발하면서 지난해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로 대체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황 단장은 1998년 4월 간부후보생 46기(경위)로 공직에 입문해 101경비단 소대장·경비계장,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서울청 홍보협력계장과 서울청 53기동대장, 경기북부청 연천서장, 서울청 22경찰경호대장을 거쳤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단장은 ‘101경비단은 대통령실 인근의 경호와 경비를 담당하는 곳으로 계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101경비단 소대장과 경비계장을 지낸 경력을 고려해 인사가 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풍 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