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민주 ‘명태균 폭로’ 업고 통과 기대
재보궐선거 수도권서 ‘정권심판 확인’ 평가
상설특검·검사탄핵·국감 등 여론전 총력
“미리 안 산단 지정, 최순실 국정농단 비슷”
추경호 “이재명 대표 방탄용, 위헌적 악법”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해 놓고는 여론전과 함께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을 진행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중앙지검장 탄핵 등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등 정기국회는 ‘김건희 의혹’에 집중하기로 했다.
1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난 재보궐선거는 부산은 모르겠지만 서울교육감 선거와 인천 강화에서는 분명히 진보진영의 결집에 강하고 보수진영의 실망감에 투표에 덜 나온 측면 등이 보였다”며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 각을 세우면서 부산 등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결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세 번째 특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버티고는 있겠지만 결국 한 대표가 상황 정리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이 세 번째 특검법 통과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재보궐 성적표 때문이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보면 강남 3구와 용산구 정도만 빼면 모두 진보진영에서 압승을 했고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인천 강화에서 민주당이 한자릿수 차이로 국민의힘 후보를 추격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보수진영의 결집력이 약화되고 진보진영이 강화된 것으로 수도권 여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여론전을 다방면으로 펼칠 예정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과 상설특검, 국정감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세 번째로 발의하는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13개로 확대됐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시작된 김건희 특검이 이제는 사실상 국정농단 특검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기존 특검법엔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김 여사의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 임성근 등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이 들어가 있었고 이번엔 ‘김건희가 명태균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의혹’, ‘김건희와 그의 측근, 대통령실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에게 국가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등 국정 농단했다는 의혹사건’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관련 의혹’과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해당 의혹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 및 수사 고의 지연 의혹’ 등도 새롭게 포함시켰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후 이번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11월 안에 재의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설특검에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행위’ 등 세 가지를 수사계획에 명시해놨다.
그러면서 운영위 법사위 국토위 정무위 행안위 문광위 등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집중 질의로 여론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명태균씨가 산단 지정 등 정부가 발표하기 훨씬 전에 정보를 알았다는 점은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본 것과 같은 국정농단에 해당된다”며 “아주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불기소 결정과 관련해 검사 탄핵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김건희 범죄 은폐공범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탄핵 추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결국 한 대표이 결단해야 특검법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한 대표 지원포’에 대한 고민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총력전으로 특검의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을 조성하고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면 한 대표가 자체 특검법을 내고 이를 민주당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자 대통령 탄핵 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위헌적 악법”이라며 “특검법 수사 대상으로 적시된 의혹이 8건에서 13건으로 늘었다. 허술하고 급조된 특검법”이라고 했다.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중앙지검장을 탄핵한다는 건 사실상 검찰을 올스톱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검찰 수사와 기소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