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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 분수령 될 대선

2024-10-21 13:00:01 게재

D-15. 미국 대선의 투표가 진행중이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 집계에 의하면 10월 20일까지 전국적으로 935만명이 우편투표를 마쳤고 현장투표자도 452만명으로 도합 1400만명의 유권자가 조기투표를 완료했다.

여론조사는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통계분석 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에 의하면 전국 지지율 평균치는 해리스 49.2%, 트럼프 46.4%로 해리스가 2.8%p 앞선다. 그러나 미 대선은 주별 간접선거다. 2016년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은 힐러리 클린턴이 앞섰지만 당선자는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한 트럼프였다.

선거인단 과반을 좌우하는 7개 경합주는 현재 초박빙의 미세한 승부를 보인다. 해리스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에서 0.6~1.0%p 앞서고 트럼프는 조지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0.8~1.6%p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해리스의 기세는 다소 주춤세이고 트럼프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 한 주간의 여론조사를 보면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해리스 지지율은 정체상태다.

트럼프의 ‘숨은 표’도 주목해야 한다. 뉴욕타임즈(NYT)에 의하면 최근 10년 동안의 경합주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민주당 편향성은 2~3%p에서 4~6%p로 집계되었다. 위스콘신주의 경우 2020년 대선 당시 무려 9%p의 여론조사 편향이 발생했다.

해리스 지지층은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청년층 유권자 비중이 크다. 이들은 투표의향은 높지만 실제 투표참여 비율은 낮다. 반면 트럼프 지지층은 백인 장노년층 중소도시 농촌 유권자다. 이들은 여론조사 응답은 소극적이지만 투표는 적극적이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통계적 우연이 아니다.

개표 초반 레드 미라지, 후반엔 블루 시프트

여론조사 결과와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한 당선가능성 예측도 팽팽하다. 선거예측 전문사이트 파이브써티에이트(538)는 해리스 당선확률 48%, 트럼프 당선확률 52%로 예측한다. 선거결과를 100번 모의실험하면 해리스가 48번 이기고 트럼프는 52번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개표과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다수 주에서는 투표당일 현장투표, 사전투표, 우편투표 순으로 개표를 진행한다. 투표당일 현장투표는 공화당 유권자 비중이 높고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는 민주당 유권자 비중이 높다. 7개 경합주 경우 개표 초반에는 트럼프가 앞서 나가는 ‘레드 미라지(Red Mirage)’ 현상이 발생하고 개표 중반 이후 해리스 후보가 따라잡는 ‘블루 쉬프트(Blue Shift)’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개표 초반 자신이 앞서 있는 시점에 트럼프가 최종 개표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트럼프 지지자들은 최종 결과가 이와 다를 경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의사당을 점거한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의사당 점거와 같은 극단적 행동까지는 아니더라도 투개표와 관련된 수십건의 법적 소송이 경합주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민주 공화 양 진영은 이에 대비해서 이미 전국적으로 수백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상태다.

2016년, 2020년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일부 경합주의 개표 결과는 투표일 이후 몇 주가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확정될 수도 있고 최종 당선자가 미정인 상태로 남겨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일 이후 길게는 두달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선거결과를 두고 대치하는 정치적 긴장상태가 고조될 수도 있다.

개표 초반 트럼프 승리 선언할 경우 혼란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플로리다주 재검표 문제로 대법원 소송까지 했을 때 최종적으로 앨 고어 후보가 승복해 평화적이고 질서있는 정권이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는 다르다. 트럼프와 해리스 지지층의 정치적 이념적 문화적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대립적이며 때로는 적대적이다.

선거는 핵심적인 민주주의 이벤트이지만 때로는 민주주의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이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제도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가?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