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상장” 주식 300배 부풀려 판 일당 검거

2024-10-23 13:00:10 게재

텔레마케팅 업체 가담, 리딩방 유인

미끼 주식, 법인 계좌로 의심 피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가 곧 상장될 거라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등 혐의로 A사 대표 40대 B씨 등 5명을 구속 송치하고 텔레마케팅 등으로 관여한 4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5개의 텔레마케팅 업체 중 2개 업체 19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범죄집단 조직·활동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상장 가능성이 없는 A사의 주식을 액면가 100원의 30~300배 가격에 판매해 286명으로부터 5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중에는 5억원 넘게 피해를 본 투자자도 있었다.

텔레마케팅 업체들은 주식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주식 토론방, 온라인 주식 모임 등에서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하며 메시지를 보내 소셜미디어(SNS) 리딩방으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캐피탈’ 등 가짜 명함을 사용하며 주식, 코인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신속하게 손실을 복구해준다거나 집단 소송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했다.

리딩방에서는 A사 사업계획서와 홍보성 인터넷매체 기사 등을 공유하며 “2024년 1분기에 코넥스 등에 상장 예정이고 상장되면 200~300% 수익이 보장된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조작한 투자 수익률 자료를 공유하거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고객마다 1:1 투자 멘토를 지정해준다면서 투자를 유도하는가 하면 A사 법인 계좌를 범행에 직접 제공했다. 실제 상장이 확정된 유명 비상장 업체 주식을 소량 확보해 투자자들에게 1주씩 미끼 상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4월 텔레마케팅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일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아울러 압수한 현금과 귀중품 등 3억50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신재호 서울청 형사기동대 5팀장은 “온라인에서 투자 전문가임을 앞세우거나 리딩방에서 고수익을 보장 또는 손실 회복을 돕겠다는 내용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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