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야 ‘힘겨루기’, 곳곳에 국정 공백

2024-10-24 13:00:09 게재

공수처·헌재·방통위 무력화…“정치 복원해야”

북한인권재단 · 특별감찰관 · 여가부 장관 공석

여야간 반목과 갈등이 극단으로 흐르면서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돼 국정 곳곳에 공백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양당과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주어진 힘을 남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24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존 검사 4명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재가가 임기종료일인 27일이 가까웠는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신규 채용된 부장검사 1명과 평가사 2명의 임명 재가 역시 나오지 않았다.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 중 조만간 부족한 검사가 10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0%의 결원율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채 상병 수사 외압사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권익위 표적감사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의혹 불기소 처분 등 수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7회 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회식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엔 헌법재판관 3명이 퇴임해 9명 중 6명만으로 헌법재판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회 추천 몫인 3석에 대해 여야가 한 자리씩 추천하고 남은 한 자리를 여야 합의가 아닌 절대 다수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추천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의견이다. 인사청문절차까지 고려하면 한 달 이상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월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후 ‘3인 체제’로 운영되다, 2개월 후인 8월부터 ‘2인 체제’로 전환됐다. 김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이 임명 사흘만에 국회에서 통과돼 헌재로 넘어가면서 직무가 정지, 방통위는 현재 ‘1인 체제’로 전락했다. 방통위 역할이 멈춰서 있는 셈이다. 게다가 2인 체제로 운영된 방통위의 결정들에 법원이 속속 제동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임명이 지체된 것을 두고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로 해석하고는 상임위원 추천을 거부해 ‘방통위 무력화’를 주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는 지난 2월 말 김현숙 장관이 ‘잼버리 파행’ 사태 이후 사표를 제출한 이후 10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등 다양한 현안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때부터 시작한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추천 거부와 집권여당(문재인정부때는 민주당, 박근혜정부와 윤석열정부때는 국민의힘)의 특별감찰관제 도입 거부는 전혀 별개의 제도인데도 서로 묶여져 7~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법이 통과된 이후 아예 출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제는 2016년 9월 이후 ‘공석 이후 30일내에 임명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조항조차 무시된 채 작동을 멈췄다.

여당이 추천한 인권위원 자리는 야당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현재 공석으로 남아있다. 국회 도서관장, 예산정책처장, 미래연구원장 등 국회 기관장 인사도 여야간 추천인사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며 임명절차가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는 싸우는 곳이고 강하게 대립할 수도 있다”면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 있지만 모두 국익과 연결돼야 하는 것으로 국정 운영 자체를 차단하거나 막아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입법부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며 “정치를 복원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가고 국가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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