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흔들 정치일정 줄줄이…여야 ‘11월 위기설’ 분분
장외 집회·대표회담·특검법 표결·이재명 1심 선고
정국 해법 놓고 여권 내부 갈등 격화 가능성 여전
미국 대선·북한군 동향 등 국제이슈도 변수될 듯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던 ‘김건희 여사 문제’가 11월 정국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여당이 김 여사 문제 해법을 놓고 각기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갈등을 키우는 모양새다.
야당이 장외집회에 이어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11월 10일) 직후 선거법(15일) 등 1심 선고재판을 앞두고 있다. 여야 모두가 ‘11월 위기설’의 사정권 안에 들어 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끝장국감’을 장담했던 더불어민주당은 11월 2일 서울 도심에서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을 연다.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국정농단·선거개입 의혹 등을 고발하며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다. 14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김 여사 관련 특검법은 세 번째로 기존 주가조작 의혹 등 8개에 명태균씨가 연루된 여론조작 의혹 등을 추가해 총 14개 의혹에 대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다면 11월 안에 재표결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국의 최대현안인 김 여사 특검법은 여야 모두를 겨냥한 칼이 될 공산이 크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추가 의혹에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국민 여론을 흔들고 있다고 보고 특검법 처리는 물론 재표결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두번의 재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필요성과 구체적 증거, 국민적 공감은 충분히 확인됐다”면서 “대국민보고대회로 여론을 결집해 본회의 표결로 매듭을 지어 국정기조의 전환을 끌어내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28일 여론조사 등을 거론하며 “(김 여사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대통령 부부가 진실을 고하고 특검을 수용하는 길만이 국민 분노를 잠재우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여권 입장에서도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응책이 정국운영의 핵심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 여사 관련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간의 정치적 거리감이 극대화 됐고, 여권 내부에서도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으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특별감찰관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차로 보이지만 결국은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대한 입장차로 보인다. 한 대표가 호언했던 것처럼 국민여론을 수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논쟁 중이다. 국민의힘은 11월 둘째주쯤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국힘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 추천을 한다고 해도 민주당에서 이미 관심이 없다고 얘기를 해버린 상태”라면서 “우리가 하자고 했는데 민주당에서 안 한다고 하면 우스운 모양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과 국민들은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의원들이 어떤 주장을 펴는지 알 권리가 있다”면서 “만약에 의총이 열린다면 공개 의총을 통해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표결을 통해 특별감찰관에 찬성할 경우 윤 대통령에 맞서는 한 대표를 당이 지원하는 모양새로, 반대로 거부할 경우 특별감찰관도 수용하지 못하면서 여론과 맞서는 형국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여권 내부의 간극에 대한 공세도 강화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간 2차 대표회동을 특검법 표결 전에 열어 여당의 동참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11월 9~10일 전후로 대표회담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1월 15일과 25일에 치러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도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각각 징역 2년, 3년 형을 구형했다. 물론 당장의 유죄 판결이 민주당 내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흔들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은 기소 시점부터 ‘검찰독재정권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당내 구심력이 커져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강경대응의 동력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여당의 비판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민주당의 장외 집회 등을 놓고 재판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이런 비판의 연장선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 등이 여야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