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 5천억원 뜯은 일당 2명 구속
가짜 예치사이트 만들어 ‘가상자산 투자’ 현혹
전형적 다단계, 피해자 1만명 대부분 60대 이상
‘40일 후 원금에 이자 20%’를 약속, 피해자 1만여명으로부터 5000여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였고 피해자는 대부분 가상자산에 어두운 60대 이상이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총경 이충섭)는 사업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 1만671명을 모집, 이들로부터 5062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등 위반)로 투자사기 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국장·지사장·센터장급간부 등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서울에 본사를 둔 무허가 투자업체를 만든 후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으로 40일 후 원금과 이자 20%를 지급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눈속임에는 ‘가짜 예치 사이트’가 한몫했다.
이들은 현금투자가 들어오면 A씨의 개인통장으로 송금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보여주며 마치 가상자산 구입·예치가 완료된 것처럼 속였다. 투자자가 직접 구입해 맡긴 가상자산은 같은 눈속임을 거쳐 A씨의 전자지갑으로 들어갔다. 예치 사이트는 단순히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출력되는 화면에 불과했다.
경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80% 이상이 60대 이상 장년층이었고 투자형태는 90% 이상이 현금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한동안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했다. 전산담당이 출금요청 정보를 확인해 송금을 꼬박꼬박 하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단기 고수익’ 입소문으로 투자자가 몰렸고 지사도 10곳까지 늘었다.
수사결과 A씨는 해외 카지노 사업에 일부 투자하긴 했지만,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수익사업 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받은 돈 대부분을 피의자들의 수당 및 명품소비, 요트, 토지구입 비용 등으로 썼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 및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돌려막기’식으로 충당했다. 전형적인 ‘폰지(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경찰은 올해 3월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490건의 사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 A씨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피의자들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고 피의자 42명 포함 프로그램 개발자·직원 등 관련자 50여명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의 자택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하고,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전체 101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은 “가상자산에 대한 지식없이 원금보장된다는 말만 듣고 투자한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투자방식, 실제 수익금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며 “특히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원금이 보장된다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이 있다면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