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정, ‘만장일치 회부’ 사라지나
6대 4로 1년 만에 안건 전원위원회 통과
소위 4인으로 … 피해자 보호 미흡 우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소위원회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이 기각 또는 각하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인권위는 28일 제20차 전원위에서 ‘소위원회에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안건에 대한 표결을 거쳐 재적 인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소위 구성위원 3명 중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을 전원위에 회부시키지 않고 기각 또는 각하로 배척될 수 있도록 소위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 인권위원 6명 주도로 발의됐다. 이들은 현재 인권위법이 소위에서 구성위원 3명 이상 출석 및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토록 해 소위에 진정되는 사건은 많지만 ‘가결도 부결도 아닌 상태’가 계속될 수 있고, 진정 처리의 시급성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거나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간 소위에서는 1명이라도 안건에 반대할 경우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를 이어가거나, 전원위에 회부해 논의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인권위에서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이 안건은 이날로 총 14회 전원위에 상정됐다. 이날 전원위에서는 현재 3인으로 운영되는 소위원회를 4인으로 구성하자는 내용의 안건도 통과됐다. 다만 4인 체제 소위에서 찬성과 반대가 2대 2 동수가 될 경우에는 소위 안건을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에서 활동하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관인데, 진정을 자동 기각·각하하는 잘못된 방법으로 어떻게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