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사업 국고지원 비중은 고작 0.15%
올해 150억원, 산재보험법엔 ‘산재예방기금 3% 범위’
노사정 세차례 ‘지원확대’ 합의했지만 18년째 제자리
노사정이 2006년 2008년 2020년 세차례에 걸쳐 ‘산재예방사업비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 확대’을 합의했음에도 정부는 2006년 150억원에서 올해도 150억원을 책정해 18년째 제자리다. 예산 비중은 0.3%대에서 0.15%대로 오히려 줄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95조 3항에 따르면 정부는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계연도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범위에서 정부 출연금을 계상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5년간 산재예방기금에 계상한 출연금은 2020년 92억원(0.13%), 2021년 100억원(0.12%), 2022년 120억원(0.14%), 2023년 137억원(0.14%)에 그쳤다. 올해 출연금은 산재예방기금 순지출예산 총액 9조8222억원의 0.15%인 150억이다. 산재보험법의 3%로 계상하면 2947억원이어야 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제16조 2항에도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예방 예산은 전적으로 산재예방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해 사업주의 강제가입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다.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보험 유족급여 지급이 승인된 사고사망자 812명이다. 규모별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278명, 5~49인 359명, 50~300인 130명, 300인 이상 45명으로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고사망자는 637명으로 전체 대비 78.4%을 차지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를 줄이지 않고서는 산업현장의 전반적인 산재를 줄이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강화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비용부담 증가’다. 그 이유는 중소기업 이익구조에 있다.
2021년 2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50.6%가 수급업체이고 매출액에서 모기업 의존도가 75.7%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76.8%가 ‘납품단가 등에 안전관리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산업안전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은 ‘안전설비 투자비용 지원’(52.6%)을 꼽았다.
◆산재예방 일반회계 박근혜정부보다 후퇴 =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은 2006년 12월 ‘산재예방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는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3%를 목표로 연차적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합의했다.
2008년 10월에는 2006년 합의 이행을 다시 촉구했다. 2020년 4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006년과 2008년 노사정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산재예방기금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규모를 매년 확대하고,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노사정 협의체계를 구축한다‘고 재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산재예방에 투자하는 일반회계 예산은 0.1%대에서 맴돌고 있다. 산재보험법 중대재해법을 물론 노사정 합의 정신과도 거리가 멀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한목소리로 “중대재해법 제정 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역할이 커지고 있으나 일반회계 지원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2016년 박근혜정부 전체 산재예방기금의 0.3%였던 일반회계 전입금은 지난해 0.15%로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중소기업 안전보건 강화방안으로 합의된 정부 일반회계 지원 확대와 노사정 협의체계 구축이 미진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실질적인 합의문 이행을 위한 노사정 협의와 예산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