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세종시와 시의회가 놓치고 있는 것

2024-11-04 13:00:01 게재

세종시와 세종시의회는 최근 극한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월 시의회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관련 추경예산안 14억50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이어 최민호 세종시장이 이에 반발해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사태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시의회의 예산삭감에 맞서 시장이 단식에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광역지자체는 둘째치고 기초지자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양측의 갈등이 사생결단 수준으로 확전한 것이다.

세종시의회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의회 가운데 유일한 여소야대 의회다. 최민호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반면 시의회 다수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여소야대라고 해서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의회엔 여소야대가 상당수 있다. 당장 우리나라 국회만 봐도 압도적인 여소야대다. 그럼에도 단체장이나 대통령이 예산 때문에 의회에 맞서 단식농성을 벌인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것도 아니다. 정당간 극한대립은 대부분 선거를 눈앞에 두고 벌어진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는 추경예산 삭감은 이미 중앙정부 검증을 마쳤고 국비까지 확보한 국제사업을 무산시키려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의회는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국제박람회와 같은 ‘보여주기 행사’보다 지방정원부터 단계적·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초기와 다르게 점점 정교해지고 강경해졌으며 평행선은 더욱 뚜렷해졌다.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반응은 ‘당혹’ 그 자체다. 이 사안이 단체장과 의회가 사생결단 대결을 벌일 만큼 중요한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엔 최근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2027년 충청권에서 열리는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를 위한 종합체육시설 건립 사업이 최종 무산된 게 대표적 사례다. 여야가 힘을 합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종시는 이번 11일 시의회 정례회에 앞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시기 연기를 제안했다. 시는 당초 2026년 4월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차기 지방선거 2개월 전이다. 박람회 연기는 야당이 주장해왔던 요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이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양측이 높다란 논리의 성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또 하나의 신도시가 아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이며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도시다. 어떻게 훌륭한 정원도시를 만들지에 대한 논의만큼 중요한 것이 지방자치, 대의민주주의의 모범을 세우는 것이다. 2년 전 여소야대라는 선거결과는 타협과 협치의 모범을 세우라는 주민들의 뜻이 아니었을까.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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