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청년들 아이디어 행정에서 구현
광진구 ‘청년정책 공모전’ 첫 시도
주거부터 마음건강까지 5개 분야
“토익 볼 때 응시료 지원 혜택을 봤는데 솔직히 시험을 한번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금액을 좀 늘리면 좋겠어요.”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확대한 거예요. 아직 5만원인 곳도 많아요. 그래도 부족하다면 더 늘려야죠.”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청장실. 김경호 구청장과 지역 청년들이 마주한 가운데 광진구에서 시행한 청년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시험 응시료 지원을 비롯해 지역 대표축제 ‘청춘대로’ 무대에 섰던 경험,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고 대여 등이다.
청년마일리지와 청년주택 통합안내 등 새로운 정책과 관련해 어느 부서들이 협업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밑그림도 나온다. 김 구청장과 자리를 함께한 청년들 제안을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4일 광진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처음으로 청년정책 공모전을 열고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5명을 뽑아 시상했다. 지역에 살거나 활동기반이 광진구인 청년을 대상으로 정책 수혜자가 직접 제안하고 투표해 공공에서 추진할 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김경호 구청장은 “광진구는 인구비율은 전국 기초지자체 중 2위, 숫자로는 3위일 정도로 청년이 많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정책에 담아내야 하는 게 행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8월 ‘청년에게 묻고 정책으로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지역 청년에게 필요한 분야별 정책을 들었다. 주거 취·창업 생활지원 문화예술 마음·신체건강 5개 주제로 나눠 기존 청년제안기구와 별개로 일반 청년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전문가 심사, 온라인 투표에 이어 청년의 날인 지난 9월 21일 현장 투표를 거쳐 5개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행정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점수를 주고 이를 광진사랑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자는 ‘광진청년 마일리지’, 커피전문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임시 창업공간 대여’가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았다. 마일리지는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투표에서 만점을 받은 구상이다.
수상자 김소영(25·중곡4동)씨는 “고민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가 청년들에게 멋지게 인정받아 기쁘고 감사하다”며 “1인가구와 고위험 청년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청년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인증하면 점수를 주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청년주택 정보를 한데 모은 ‘청년주택 가이드’, 운전연수비와 운전면허시험 응시료 지원은 우수상을 받았다.
청년들 구상은 곧 정책으로 실현된다. 청년주택 가이드가 대표적이다. 담당 부서에서 주거사업 스마트정보 주택 등 부서와 협업할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민간 주택까지 정보를 한 데 모아 제공하고 임차인 협의체도 추진하겠다”며 “게시판을 통해 임대료뿐 아니라 각 주택에 대한 평판까지 공개하면 청년들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마일리지는 전용 프로그램부터 개발하고 카페 창업을 위한 체험공간은 이른바 ‘빨간집’ 퇴치에 나선 중곡동 카페거리에서 찾기로 했다. 운전연수비와 오운완은 검토 대상으로 분류했다. 서울시 등에 비슷한 사업이 있어 당장 차별화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녹여내고자 청년정책공모전을 마련했고 거리로 나가 청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불편한 사항, 더 필요한 정책에 대한 요구를 언제든 듣고 청년들이 행복한 광진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