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교육 수준과 성별 차이가 만든 ‘두개의 미국’
2024년 미국 대선 투표가 오늘 시작되지만 승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합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실제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7대 경합주에서는 여론조사에 따라 우세한 후보가 바뀌는 대혼전이 반복돼왔다.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 5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 3곳 중 1곳(위스콘신)에서 트럼프를 앞섰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동률을 기록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나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로 분류됐다. 또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15개 주)에 속하는 경합주 중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네바다에서도 해리스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31일 발표된 아틀라스 인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였다.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미미해 실제 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진 승자를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개 경합주 가운데 해리스가 다소 우위를 보였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교적 우위를 보였던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6명)의 경우 조사기관에 따라 우위가 엇갈리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면 해리스 부통령은 나이 든 백인 여성들에게 어필해 북부 러스트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반대로 여론조사에 나타난 것처럼 트럼프가 유색인종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다면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 격전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수준에 따른 성별 격차 더 심해
ABC뉴스·입소스의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를 6%p 차이로 앞서고,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를 14%p 차이로 뒤쫓고 있다. 민주당 성향의 데이터 회사인 카탈리스트에 따르면 경합이 가장 치열한 7개 주 사전투표에서 여성은 지금까지 55%의 투표율을 보인 반면 남성은 45%였다. 이 10%p 격차는 4년 전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거의 140만표에 달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성별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교육 수준에 따라 성별을 구분할 때 특히 더 커진다. 우리는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과 대학 학위를 가진 여성의 관점에서 서면 두 개의 전혀 다른 미국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분리된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스펙트럼의 반대편에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된 대학 학위를 가진 여성들은 낙태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는다. 반면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들은 경제와 이민 이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고등학교 졸업장 이하의 사람들 사이에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는 지금,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타격을 준다. 대학 학위가 없는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불안 상실감 분노를 인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퓰리즘 메시지에 강하게 반응한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은 55% 대 39%의 비율로 트럼프를 선택했고,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은 61% 대 34%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선거일에는 그 격차가 더 커져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수년 동안 꾸준히 민주당에 투표해왔다. 그러나 올해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과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 간의 격차는 2016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전에는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과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 간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조 바이든이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들 사이에서 약진해 2016년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5%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현재 대학학위가 없는 남성들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는 거의 201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몇년 전만 해도 민주당원들은 남성 노조원들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불안과 가치에 직접적이고 감정적으로 호소할 뿐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 있는 포퓰리즘적 경제 메시지로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들이 소비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점점 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의 성별 격차 심각
지난 10년 동안 30세 미만 남성들은 임금 정체에서부터 대학 등록률 감소, 외로움의 만연, 자살률 증가에 이르는 문제들에 직면해 왔다. 동시에 그들은 점점 더 문화적으로 뒤처지고 있으며 사회의 병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민주당은 낙태권 회복과 같은 이슈를 중심으로 여성들을 결집시켰지만, 민주당은 남성들과 대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젊은 남성들은 그들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포용과 여성의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남성들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느끼고 민주당이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족을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강력한 경제를 찾고 있으며 트럼프가 그것을 실현할 것이라고 믿는다.
민주당은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지원과 같이 젊은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들과 직접 대화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남성은 트럼프를 13%p 더 선호한 반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해리스를 38%p 더 선호했다.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행동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선거가 바로 이번 선거다.
트럼프가 젊은 남성들을 상대로 한 영향력이 크지만 해리스는 젊은 여성들에서 압도적으로 앞선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의 성별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버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유색인종 여성 유권자의 70%가 해리스를 선호한 반면 트럼프는 15%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 실시된 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앞서지만, 해리스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67% 대 28%로 트럼프에 비슷한 우위를 유지했다.
많은 젊은 남성들이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더 지지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근의 하버드 청소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할 계획인 젊은 남성들은 55% 대 38%로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지지했다. 젊은 남성들을 트럼프로 끌어들인 바로 그 요인들, 즉 전통적인 정치에 대한 경멸과 제도에 대한 불신도 그들이 투표할 의향을 낮추게 만든다. 최근 하버드 청소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투표 의향이 있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앞선 반면 트럼프는 투표 의향이 낮은 청년들 사이에서 더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8~29세 사이의 대부분의 남성들은 인플레이션 일자리 경제를 최우선 이슈로 꼽으며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이를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해리스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30~49세 사이의 남성들보다 더 호의적이었다.
투표일 다음날 결과 알 수 있을까
만약 두 후보 중 한 명이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현지시간으로 수요일 아침 해 뜨기 전에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경합주가 여론조사상으로는 사실상 동률이라 어느 후보든 작은 득표 차로 7개 경합주를 모두 휩쓰는 근소한 압승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누가 과반수를 차지할 만큼 충분한 선거인단을 확보했는지 최종 결과를 알아내는 데 며칠 또는 몇주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