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예산 언제까지…속타는 자치구

2024-11-05 13:00:19 게재

세수 감소에 신규사업 올스톱

교부금 찔끔 … 인건비도 안돼

자치구 “재원구조조정” 목소리

서울 자치구들이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5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각 자치구 는 내년까지 3년 연속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규 사업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고 기존 사업도 대상을 줄이거나 축소하는 등 대규모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복지예산 감축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어르신 지원사업과 생계급여 등 필수 사회복지 사업예산을 각 130억원씩 줄였다. 전문가들은 “필수 복지사업 규모 축소는 민생 현장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자치구에 내려주는 조정 교부금 총액을 지난해 보다 약 1175억원 증액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증액되면 자치구별로 35억~50억원의 수입이 추가로 확보된다.

하지만 자치구들은 “최악은 면했지만 속이 타는 건 여전하다”고 말한다. 시는 내년 예산이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자치구 입장에선 이미 지난해, 또 앞서 2022년 이미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줄어든 상황이다.

자치구 재원 구조는 전적으로 서울시 살림에 의존해야 한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들은 시가 주는 조정 교부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실제 자치구의 증액 예산을 살펴보면 인상된 교부금으론 인건비(생활임금 1.7%, 공무원 보수 2.9% 인상)조차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여기에 해마다 오르는 사회복지비 매칭비용(최근 3년 평균 9% 증가), 공공운영비(연평균 4.5% 증가) 등을 감안하면 말이 동결이지 실제론 ‘마이너스 인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세수 부족 사정 알지만 … = 자치구들도 세수 감소로 인해 빠듯한 정부 예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신규 사업은커녕 기존 복지사업 예산도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행정의 역동성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재원 구조와 관련해 자치구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항목은 매칭사업비다. 정부와 서울시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매칭’이란 이름을 붙여 그에 따른 비용을 기초지자체와 나눈다.

문제는 매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자치구 자체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예산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선 매칭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재량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가 현저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치구들 사이에서 “차리리 매칭사업을 안하고 싶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시비 매칭사업은 중단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노인기초연금부터 아이돌봄 예산 등 사실상 필수 복지사업들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치구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해가 갈수록 매칭 사업비 분담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종합사회복지관 운영은 서울시 사업인데 출발 당시 5대 5였던 시와 구의 매칭 분담률이 해마다 5%씩 구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구 관계자는 “5대 5에서 6대 4, 7대 3으로 점점 자치구 분담률이 높아지는 구조”라며 “매칭사업에서 자치구 분담률만 줄여줘도 기초 입장에선 큰 부담을 덜게 된다”고 말했다.

보통세의 22.6%로 고정돼 있는 조정교부금 산정 비율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성장에 따른 장기복합불황으로 인해 세수가 인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지자체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출은 해마다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등 자연증가분만 해마다 최소 3~4%씩 오른다는 게 통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의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특위를 만들어 기존 22.6%이던 비율을 24%로 상향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조정 교부금 산정비율을 올리면 자치구마다 100억원 정도가 추가로 배분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시민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있는 자치구가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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