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는 2028 대입, 고교 선택 기준은

2024-11-06 13:00:02 게재

내신·수능 변화, 의견 아닌 사실 확인해야 … 선택 과목 영향력 커져 교육과정 주목

현재 중3은 고등학교에서 이수할 교육과정과 고3 때 치를 수능이 크게 변화한다.

우선 교과 구조부터 확인해야 한다. 지금 중3이 고교에 입학하면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교과 체계가 달라진다(표). 현재 있는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에 융합선택 과목이 새로 편성됐다. 각 과목군의 성격도 재편된다(표). 쉽게 풀이하면 공통과 일반선택 과목은 기초, 진로선택 과목은 심화의 성격이 짙다. 융합선택 과목은 여러 교과가 융합된 주제를 다루거나 실생활과 관련이 깊은 만큼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문 교과도 변화가 크다. 직업계고 학생이 주로 배우던 전문 교과Ⅱ만 전문 교과에 남아 전문공통, 전공일반,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편한다. 특목고 학생이 주로 배웠던 전문 교과Ⅰ은 진로선택, 융합선택 과목에 배치된다.

◆크게 달라지는 내신·수능 체제 = 내신 산출 방식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1등급이 4%인 현재와 달리 10%로 범위가 늘어난다. 특히 사회·과학 교과의 융합선택 과목과 예체능·교양 교과목, ‘과학탐구실험’ 외에는 모두 석차등급을 산출한다. 지금 고1까지는 성취평가였던 진로선택 과목도 등급이 나온다. 내신 평가 개편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또 학생부에 표준편차 없이 원점수와 등급을 기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표준편차란 평균값 근처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모여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값이 작을수록 해당 고교 학생의 학업 역량이 비슷하다고 판단한다. 중학교처럼 성취평가, 즉 절대평가인 성취도도 함께 기재된다.

수능도 달라진다. 현재는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모든 영역은 선택 과목을 포함한다. 하지만 내년 고등학교 신입생이 치를 2028 수능은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모두 선택 과목 없이 누구나 같은 시험을 본다. 출제 과목도 조정됐다.

특히 수능 사회·과학탐구의 출제 범위는 고1 때 배우는 공통 과목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다. 교육부는 2023년 12월 발표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 입시 제도 개편 확정안’에서 “그 외 영역, EBS 연계율(50% 간접 연계), 평가 및 성적 제공 등은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수능은 내신과 달리 9등급을 유지하며 원점수 없이 각 응시 영역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는 현 수능 성적표에는 큰 변화가 없다.

◆대학은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나 = 이 변화가 대입에 미칠 영향, 대학의 대응을 살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고교 진학 시 가장 비중 있게 고려하는 요소는 대입이기 때문이다. 아직 전형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향후 흐름을 예측해볼 수는 있다.

현재 대입 전형은 크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정시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 내신, 학생부, 논술, 수능을 주요 전형 요소로 삼는다. 이 중 교과 성적과 수능의 체계가 바뀌면서 대학의 고민이 커졌다.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자의 교과 등급은 1등급 초중반에 형성된다”며 “서울 주요 대학의 교과전형 마지노선이 2등급대인데 5등급제가 되면 교과 성적만으로 변별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B대학 관계자는 “수능 출제 범위가 고 1~2 때 배우는 기초 과목에 집중돼 학업 역량을 제대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런 수능의 비중을 높게 반영하면 고교에서 수능 과목이 아닌 수업이 파행될 수도 있다”라고 전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전형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변화 내용은 2026년 4월 발표될 각 대학의 2028 대입시행계획에 담길 예정으로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단 변화의 방향은 현재 대입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대학을 중심으로 교과전형은 서류 평가, 즉 학생부정성 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중상위권 대학은 학생부 정성 평가를 해 전공에 관심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 학과와 관련된 과목 선택 여부와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을 눈여겨본다”며 “내신 변별력이 더 하락할 2028 대입은 이런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정시의 경우 예체능·교육·의약학계열 외에 수능외 요소를 활용하는 대학은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뿐이다. 서울대는 2023학년부터 교과 평가를 2단계에서 20% 반영하고 있으며 2025학년에는 수능 60%+교과 평가 40%로 선발하는 지역균형전형을 신설했다. 고려대는 2024학년에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반영하는 교과우수전형을 신설했다.

지난 4월 연세대는 2026학년 정시에서 교과 성적을 5% 반영하고 한양대는 2026학년에 학생부 종합 평가를 10%를 반영한다고 예고했다. 두 대학의 변화는 2028 대입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학도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26~2027 대입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기에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내신이나 학생부 정성 평가 등을 추가로 반영하는 대학이 늘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정시에서 교과 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성 평가가 아니더라도 지원 계열의 기초 소양과 관련한 몇몇 과목을 정량 평가할 수 있어 해당 교과군 이수 과목당 가점을 주거나 내신평가를 활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교과전형과 정시전형에서 학생부 정성 평가 확대는 곧 선택 과목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지원 모집 단위와 연관된 과목을 충실히 이수했는지, 어려운 과목에 도전했는지, 성적 받기 수월한 과목을 우선했는지 등을 살피기 때문이다. 특히 각 대학이 안내한 전공별 핵심·권장 과목 이수 여부를 눈여겨본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부 기록 역시 대학에서 더 비중 있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택 과목을 평가할 때 단순 이수 여부를 떠나 학생의 수업 태도나 호기심 해결 과정 및 성장, 관심 분야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기제로 운영되기에 학생부 기록 마감 시기 또한 학년말에서 학기말,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나 기록의 양도 늘어난다.

임 입학사정관팀장은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 수와, 기록 모두 증가해 어떤 과목을 배웠는가가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한다. 자연계열 진로를 지망하면 수학 과학 수업을 충분히 듣고, 성취도도 좋아야 한다. 인문계열은 상대적으로 대학 전공과목과 연계성이 약해 현재 핵심 권장 과목이 따로 없다.

◆고교 선택, 무엇을 확인할까 = 대입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신의 관심분야 혹은 진로에 맞는 과목을 이수할 수 있고 학생부 기록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고교를 찾아야 한다. 교육과정이 잘 갖춰진 고교를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편제표를 공개하지 않은 고교가 대다수이고 일부 편성표를 공개한 학교 역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상당수 중학교 학부모나 학생은 고교 교육과정 편성표를 해석하기 어렵다.

고교 선택을 앞둔 이들은 주로 고교 유형 위주로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유형 자체만으로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5등급제로 바뀌면 상대적으로 학생 성적이 조밀하게 형성되는 특목·자사고의 내신 부담이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평균 편차가 기록되지 않기에 대학은 해당 학교·과목의 성적 특성을 유추하기 어려워진다. 학생의 수준이 비슷해 성적이 다소 낮게 산출됐다는 ‘배경’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교육과정 확인은 비전문가에겐 쉽지 않다. 관심 고교의 편제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새 교육과정의 교과별 과목명을 확인한 뒤 학생의 관심 분야·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점검해두면 좋다. 낯선 과목이 많겠지만 이름에서 주제를 파악한 뒤 교과군을 확인하고 일부 교육청에서 만든 교육과정 해설서에서 과목의 특징을 확인하면 대략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학 과학 과목의 경우 위계가 따로 안내되지 않았지만 진로선택 과목이 심화 과목이라 명시된 점을 참고할 수 있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중3이라면 사회·과학 과목을 다채롭게 편성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학교를 눈여겨보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학기별 과목 편성을 확인해야 한다. 과목 수가 늘다 보니 학교 입장에선 특정 개설 과목의 수강자수를 많이 확보해 1~2등급 학생 수를 늘리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과목군에 따른 평가 방식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현재 고1까지는 특목고에서 주로 배우는 전문 교과를 일반고에 개설하면 진로선택 과목으로 취급하지만 중3부터는 특목고 과목이 전문 교과에서 빠져 진로·융합선택 과목에 자리 잡고 일반고에 개설해도 일부 융합선택 과목 외에는 등급이 나온다. 학생 수 감소와 과목 수 증가로 등급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학생들은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일반·선택과목 선택에 제약을 둘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기수 기자·내일신문 내일교육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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