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장기 관찰했더니 다이옥신 1290배”
미국·유럽 전문가들 ‘위험성’ 경고
마포구 “추가건설 대신 자원순환”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추진 중인 신규 소각장과 관련해 환경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이 이와 상반되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끈다. 유럽의 최첨단 소각장 인근을 장기 관찰했더니 다이옥신 수치가 최고 1290배에 달했다는 얘기다.
마포구는 5일 세계소각대안연맹(GAIA)과 공동으로 국제포럼을 열었다. 연맹은 세계 92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0여개 환경단체 연계망이다. 이 자리에서 폴 코넷 미국 뉴욕 세인트로렌스대학 환경화학부 명예교수는 네덜란드 하를링겐에 있는 최첨단 소각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다이옥신 수치가 0이라고 주장하지만 6시간 기준”이라며 “독성물질감시재단(Toxico Watch)이 256시간과 690시간에 걸쳐 측정했더니 460배에서 1290배에 달하는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6~7시간 측정한 결과가 1년 이상 유지될 수 있겠느냐”며 측정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코넷 교수는 “과불화화합물 등 소각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은 존재도 몰랐던 것들이라 관련 규제조차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도 최근에서야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또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나노입자는 현재 방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지만 인체에 더 깊이 침투해 암과 알츠하이머 등 각종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넥 바흐크 쓰레기없애기유럽 오염저감정책담당관은 벨기에 프랑스 등 5개국에서 실시한 생물감시 결과를 공유했다. 소각장 인근에서 풀어놓고 기른 닭이 낳은 달걀, 과일과 채소, 물과 토양 등을 장기 추적했더니 다이옥신과 과불화화합물 검출량이 안전기준과 유럽연합 허용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은 지 3년밖에 안된 벨기에 소각장은 근접할수록 다이옥신 수치가 높아졌고 달걀 내 과불화화합물 농축량이 늘어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유럽에서는 소각장 건설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 소각장의 경우 지역 보건당국이 인근에서 생산된 계란을 먹지 말라는 권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소각장 대신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코넷 교수는 “원료를 추출해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한 뒤 폐기물을 매립·소각하는 선형경제는 과잉생산과 과소비로 이어지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와 독성 잔류물을 남긴다”며 “자원순환이라는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배출과 폐기물 수거, 퇴비화와 재활용 재사용,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등에 이어 잔류 폐기물을 분리하고 생물학적 안정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원순환을 통해 지역기반 일자리와 지역경제 발전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와 산업계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포구는 실제 매립·소각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강수 구청장은 “쓰레기봉투에 들어있는 쓰레기를 분석했더니 60~65%가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었다”며 “쓰레기를 분리하는 소각제로가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소각장을 잘 만든 덴마크만 갈 게 아니라 이탈리아 카판노리나 필리핀 바기오처럼 소각장을 없앤 도시를 방문해 어떻게 없앨 수 있는 지를 배워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포구는 이날 소각장 추가 건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다시금 천명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전문가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발족해 서울시에 맞대응하기로 했다. 5만7000명이 서명한 소각장 반대 서명부도 곧 서울시에 전달한다.
한편 서울시는 12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쓰레기소각장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