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국군포로 납북 은폐” 진실규명
진실화해위, ‘안학수 하사 사건’에 “국가 사과해야”
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김광동 위원장 등 규탄
정부가 40년 넘게 납북 사실을 숨긴 베트남전 국군포로 고 안학수 하사 그리고 월북자 가족으로 몰려 인권침해를 당한 유가족에 대해 사과하고 명예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5일 열린 제90차 위원회에서 고 안학수 하사의 사건을 중대 인권침해로 판단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안 하사가 납북된 것으로 판단했음에도, 경위 조사와 적극적 송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안 하사 가족들이 월북자 가족으로 분류돼 수십 년간 관리와 감시를 당한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안 하사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964년 8월 베트남에 파병된 안 하사는 1966년 9월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현지에서 실종됐으며, 이듬해 3월 평양 대남방송에 등장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그 기간동안 안 하사의 행적과 관련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정부는 그해 5월 8일자 ‘월북사건 진상조사 결과보고’에 안 하사에 대해 ‘납북된 것으로 인정됨’이라고 기재, 납북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안 하사는 42년이 지난 2009년에서야 납북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 기간동안 가족들은 ‘월북자 가족’으로 분류돼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관리·감시를 당하고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겪어왔던 것으로 판단됐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안 하사 사건 외에도 1980년 반공법 위반 혐의 불법 구금 사건과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불법 구금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한편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는 7일 오전 진실화해위 앞에서 김광동 위원장 및 이옥남 상임위원, 황인수 조사1국장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민간인학살 사건 조사에 대해 ‘부역 혐의’ 적용 등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전쟁 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부수적 피해’라는 등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인 학살 사건 진상규명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이옥남 상임위원은 조사가 이루어진 사건에 대해서 안건 상정을 하지 않으면서 진실규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