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점입가경’ 상남자가 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 이어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다시 김건희 여사를 옹호했다. 이번에는 “야당 탓”을 했다.
윤 대통령은 막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제치고 뉴스위크 표지 모델이 돼 화제가 됐다. 더 눈에 띄는 건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임 정부의 영부인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은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논란이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도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의 지나친 정쟁화 시도로 인해 제 아내를 둘러싼 논란이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김 여사 옹호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되풀이 해온 ‘변론’이지만 두 전직 대통령 부인까지 소환한 것은 놀랍다. 정치인들의 가장 큰 특징이 ‘내로남불’이지만 외신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부인까지 들먹이며 ‘당신들은 뭘 잘했느냐’고 ‘반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처지가 실로 궁색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미 전임 정부 때부터 제 아내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기소되지 않았다”며 “특별검사는 검사가 중대한 위법을 저지르거나, 공정함을 잃었다는 신뢰할 만한 혐의가 있을 때 임명되지만 이번 (김 여사) 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 ‘물귀신’ 잡기
윤 대통령 논리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딸 등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방문에 대해 “대통령 없이 왜 전용기를 이용했느냐”며 문제삼고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전 사위의 항공사 채용에 대해 뇌물혐의를 적용하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대로 그야말로 ‘탈탈’ 털었다.
검찰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공직자가 아니어서 김영란법 처벌조항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문 전 대통령 수사처럼 부부가 ‘경제공동체’라면 윤 대통령이 명품백을 받은 것과 같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하다.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김 여사를 ‘광범위하게 수사’ 했으니 ‘일사부재리’를 적용해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비록 전 정권 때지만 검찰총장 부인에 대해 탈탈 털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번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다분히 형식적인 서면조사를 ‘광범위한 수사’라고 치부할 수 있나. 더욱이 대통령 후보와 당선인, 대통령 시절 이뤄진 김 여사의 ‘행보’는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 “야당의 정쟁화”로 부풀려졌다면 그 부분을 포함해 사법절차 내에서 규명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의 변명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표현대로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아내를 지키는 ‘상남자’로 남고 싶어하는 듯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김 여사를 보호하는 게 ‘정치공동체’로서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한동훈 대표의 책임있는 용단 필요
윤 대통령이 철벽방어를 치는 마당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할이 중요하다. 한 대표는 늘상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왔다. 대통령을 위해서도, 본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보수의 궤멸을 막기 위해서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 차별화니 배신자니 하는 정치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특검이든 뭐든 국민 목소리에 따라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떨어지면 바로 잡혀가고 당선되면 5년 후에 잡혀간다”는 말이 회자됐다. 우려는 현실로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당장 구속을 면했지만 여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1월 중 두 개의 1심 선고가 예고돼 있고 이 대표 부인 역시 10만4000원 어치 점심을 샀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예상보다 일찍 드러났다. 여권이 ‘김 여사의 강’을 건너지 않고 2년반의 남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불행한 한국 정치의 흑역사가 새로 쓰여질지 우려된다. 여야 정치권은 민생을 볼모로 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어 내야 한다.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면서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차염진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