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의 중국 톺아보기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의 고민

2024-11-12 13:00:01 게재

중국이 미국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호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지만, 중국도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가에 따라 중국이 직면할 리스크의 내용이 달라질 뿐이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가 당선되었다면 바이든행정부 시기 구축한 양국의 정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들이 계속 작동하고, 미중관계는 지금보다는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가장 확실한 것은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즉흥적이고 관례를 무시하는 통치스타일을 가진 트럼프 본인이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행정부 2기의 미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를 파악하고 그 추이를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 내에서도 주요 변수가 무엇이고 그 변수가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트럼프 ‘타이완 카드’ 사용할지 관심

타이완 문제가 미중관계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 중국은 미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항상 이들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대미관계의 우선적 과제로 삼는다. 대중관계를 다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이 타이완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고 있으며 타이완 문제를 신중하게 다룬다. 바이든행정부 시기 미중관계가 안정되는 과정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명확히 한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타이완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하기보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2016년 12월 3일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가 타이완 총통 차이잉원과 통화한 것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임기 말에는 타이완과 정부 고위 관료의 상호방문도 진행되었다. 모두 1979년 미중수교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트럼프행정부가 타이완 카드를 적극 사용하게 되면 미중관계는 한치 앞을 알기 어렵게 될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1기 행정부 경험으로 트럼프가 타이완 문제의 민감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타이완 문제로 미중관계가 악화되고 중국으로부터 아무 실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트럼프도 원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지금 확실한 것은 없다.

타이완 문제가 어느 정도 관리된다면 미중관계의 가장 큰 변수는 관세 문제이다. 선거운동 과정에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미중 무역전쟁 시기 중국에 부가된 추가 관세가 25%였던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강한 강도의 관세인지 알 수 있다. 트럼프가 무역대표부 대표에 1기 트럼프행정부에서 대표를 역임했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 라이트하이저를 재기용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트럼프가 이미 무역전쟁 준비에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세인상은 중국산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는데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나 생산비용 절감으로 그 충격을 흡수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의 수요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수요의 침체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기 트럼프행정부 시기의 무역전쟁 때보다 상황이 어렵다. 재정지출 확대로 국내 소비를 진작하고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는 방식으로 그 충격을 완충하려고 하겠지만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2023년 2800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 규모는 원인이 어디에 있든 미국의 강한 불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이 기대를 거는 것은 트럼프행정부도 과격한 관세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이든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것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 과격한 관세인상은 인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에게도 큰 정치적 부담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대신 중국에 미국산 상품 수입을 늘리라는 등 무역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한 다른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다. 1기 트럼프행정부에서 합의한 1단계 무역협상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중국이 어떤 것을 더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즉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미중 경제전쟁을 전면화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될지, 아니면 협상을 통해 실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가 향후 미중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외교 영역에서는 ‘해리스보다 유리’ 판단

트럼프 당선이 당장 중국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미중관계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에게 해리스가 당선되는 것보다 유리한 점도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동맹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동맹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동맹들이 무역과 안보 영역에서 미국을 약탈하고 있다는 인식도 표명했다.

보편관세를 부과하거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라 대미 투자 기업에 제공되어야 하는 보조금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동맹관계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는 동맹국들이 안보적 자율성을 강화하도록 만들 것이다. 바이든행정부가 수립한 탄소중립화 로드맵을 부정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 관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사태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면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이완되고, 중국의 외교공간은 더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미국의 동맹이 트럼프에게도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기 때문에 그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외교영역에서도 중국에게 불안요인이 없지 않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을 통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거나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동북아에서 대중 포위망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추진할 것은 확실하다.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상징적 이익이나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의 경제 이익 등 실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그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급박한 리스크가 아니고, 중국이 러시아나 북한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름의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관계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관계 불안정성 고조 요인 안되도록

결론적으로 현재 미중관계의 변화 추세에서 가장 분명한 점은 경제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 타협 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미중 사이의 경제전쟁이 재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전쟁이 정치안보 영역에서의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익 균형점을 찾게 되면 미중관계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현재 한국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미중관계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미중갈등에 깊게 관여하다가 미중관계가 관리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면 외교적으로 피동적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중관계가 악화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에는 한국이 치러야 할 경제적 안보적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지금은 대미외교와 대중외교가 지나치게 연계되지 않도록, 즉 각자가 일정한 자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외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