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준수” 외친 전태일 옛집 개관
시민 8억9천만원 모금
매입·복원 착수 5년 만에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1948~1970) 열사의 옛집이 복원돼 다시 문을 열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는 13일 전태일 옛집(대구시 중구 남산동 2178-1)에서 열사의 옛집 개관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날은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입구에서 분신한 지 54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옛집 매입과 복원에 크고 작은 정성을 보탰던 시민과 시민단체,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낮은 담장은 성금을 낸 기부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로 만들었다.
모금에 뜻을 함께 했던 시민들은 3000여명이 훨씬 넘었다. 옛집 매입비 5억9000만원, 복원비용 3억원 등 옛집 복원에 들어간 8억9000만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후원으로 마련됐다.
옛집은 전태일 열사가 1963년 5월 대구 청옥고등공민학교 재학시절 일기에서 ‘내 생애 가장 행복하였던 시절’이라고 적었을 당시 셋방살이 했던 곳이다.
전태일 열사는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부산과 서울에서 살다가 1962년 8월부터 1964년 2월까지 12.6㎡(3.8평) 남짓한 이곳에서 가족 5명과 함께 기거했다.
전태일의 옛집은 유족과 지인들의 증언으로 알려졌고 이후 2019년 3월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설립되면서 옛집 살리기가 본격 추진됐다. 전태일의 친구들 관계자는 “옛집은 전태일의 인간존엄, 노동자 인권, 평등 사상을 배우고 이어가는 현장”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전태일도 대구시민이 자랑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와 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 열사 고향 옛집 개관을 맞아 다채로운 집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옛집 마당에서 추모식과 개관식을 열고 인근 ‘바보주막’에서 개관 축하 잔치를 이어갔다. 오는 16일에는 옛집에서 개관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톰슨, 림수경과 나릿, 오늘하루 등이 공연한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오후 7시에는 옛집에서 만화가 김수박 씨가 ‘문밖의 사람들’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송필경 전태일의 친구들 이사장은 “옛집 복원을 통해 16살 전태일의 귀향잔치를 순수한 시민들의 성금으로 마련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옛집 복원이 그의 노동정신을 계승하고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