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사법리스크에 ‘비명계’ 꿈틀…친명계 “이재명 중심 정권교체는 부동의 사실” 엄포
비명, 이 대표 대안 찾는 상황 모색
친명, “역사적 평가 끝나” 평가절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 이후 비명(비이재명)계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각각의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는 당장은 ‘이재명 중심의 정권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지지율 변화 등 변동성에는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야권을 넘어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행보를 흔드는 변수가 등장한 만큼 당내 잠재적 경쟁후보군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중심의 지도체제로 개편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다른 움직임을 보인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노·친문 대표성이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 대표와 충돌했던 임종석 전 문재인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거법 1심 재판 이후 ‘이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윤덕 사무총장 등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2심에 당의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15일 “사법부가 정치검찰의 억지 기소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도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더욱 일치단결해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친문 현역의원들이 당의 공식입장에 앞서 이 대표 중심성을 강조한 성명을 내놓은 것 자체가 당의 현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명계 인사들도 사법부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 촉구’ 집회에 참석한 후 페이스북에 사법부를 비판하며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두관 전 의원은 16일 지역위원장 연석회의 이후 “87년 민주화 이후, 대선후보였던 정치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사례는 없었다”면서 “2심, 3심이 남았다. 이재명 대표가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썼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은 누가 봐도 가혹해 보인다”면서 “법원의 결정마저 균형을 잃거나 상식적인 공정을 벗어날 때,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이 이 대표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고, 대여 공세수위가 정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비명계 인사는 “당 밖에 거대한 위기상황이 닥쳤는데 조금의 차이가 있다고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옹호 입장보다는 특검 수용, 개헌 등 윤석열정권 비판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으로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청 기자회견에서 “국정대전환의 첫걸음은 특검법 수용”이라며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16일부터 대통령실과 광화문광장을 ‘임기단축 개헌’ 등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해진다”면서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4년 중임제 대선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를 3주 일정으로 방문한 후 15일 귀국 했고, 12월 1일 비명계 낙선자 중심 원외 모임 ‘초일회’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및 국제 정세 전망’을 주제로 특강을 듣기로 했다. 초일회는 김동연 지사나 내년 초 귀국 예정인 김경수 전 지사를 초청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명계의 이같은 행보를 놓고 상황에 따라 민주당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경우를 고려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 등 이 대표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비명계 인사들의 움직임에 주목도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인사들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친명계는 ‘큰 의미없는 움직임’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친명계 김민석 최고위원은 18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정권교체는 대세이고 이재명 대표는 그 중심”이라며 “잘못되게 판결을 해도 바뀌지 않는 부동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권력이 이 대표를 흔들어댄다는 것은 국민과 당원이 다 알고 있고 그걸 판단해서 지난 전당대회 결과 나온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나 리더십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비명계 원외 인사 등의 활동과 관련해 “지난 총선 등 이미 역사적 판단을 받은 세력이 본인 정치적 입지 만들기 위해 이러저런 시도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평가절하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