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협의체 출범했지만 입장차만 확인
2025·2026년도 정원부터 ‘충돌’ … 전공의·의대생, 의협 비대위 대거 참여도 변수
야당과 전공의 등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등을 두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에 따라 참여 중인 의료계 단체들마저 이탈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는 17일 국회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계가 요구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인원 조정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협의체를 운영하면서 많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길인 것 같다”며 “정부측 입장과 의료계측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때로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시 미충원 놓고 입장차 드러내 = 이날 의료계는 2025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에 이월하지 않거나 예비합격 배수를 조정해 추가합격을 제한하는 방식 △수능 최저 미달한 학생 등을 대학 자율로 선발하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선발인원을 정원보다 줄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각 대학은 수시에서 충원되지 못한 인원을 정시 모집인원에 더 얹어 선발한다.
종로학원 등에 따르면 대입 수시모집에서 전국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의 수시 미충원 인원은 2024학년도 33명, 2023학년도 13명, 2022학년도 63명으로 지난 3년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이에 앞서 2021학년도(157명), 2020학년도(162명), 2019학년도(213명)에는 세 자릿수였다.
이는 과거 의대와 최상위권 공대에 모두 합격하면 일부가 공대로 가는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대 쏠림’이 심화되면서 미충원 인원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입시에선 수시 미충원 인원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년 만에 그 인원이 다시 세 자릿수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의대 모집 인원 확대로 경쟁률이 하락하고 의대 중복 합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24.01대 1로, 전년(30.55대 1)보다 낮아졌다.
지원자들의 선호도상 최상위권 의대보다는 중위권, 비수도권 의대에서 수시 미충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대학별 모집인원이 확정돼 입시가 진행 중이고 법적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바꾸려면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26년 예정된 정원에 대해서도 의정간에 의견차만 확인됐다.
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보류하고, 2027학년도부터 협의체를 통해 합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정부는 2026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예정돼 있더라도 내년 5월까지 정원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대 정원은 추진하되 규모는 조정할 수 있다는 의도다.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과 관련해선 의정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아직 두 차례 전체회의와 한 차례 소위원회만 열렸지만 의정이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쳐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경우 합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참여 자체를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
◆전공의·의대생은 냉랭 = 이런 가운데 의료단체들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전공의 등 의료계 단체의 추가 참여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참여의 요건으로 의료계 추가 참여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답하지 않고 있다.
사태의 핵심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특히 강경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 40개 의대 대표 등 270여명이 모인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16일에는 의대협은 전국 40개 의대 학생회 대표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 학생대표자 총회’를 열고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향한 투쟁을 2025학년도에 진행하며, 투쟁 실현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특히 의대협은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수차례 의대협 요구안에 대해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참여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협의체에 대해 회의적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의 연락은 9월 초순 한지아 대변인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공문 하나가 전부라면서 “이후 두 달간 국민의힘측 연락은 일절 없었다. 한동훈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추가합류 조짐 없어 = 임현택 전 회장 탄핵 후 구성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거 포진키로 하면서 의협의 협의체 참여는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 대의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기존 50명으로 운영되던 비대위를 15명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운영위원 2명, 시도의사회 추천 2명, 대전협 추천 3명, 의대협 추천 3명,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추천 3명, 사무총장 1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수능도 끝난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병원과 학교로의 복귀를 계속 미루긴 쉽지 않은 만큼 전공의, 의대생들이 의협 비대위를 통해 전면에서 해법을 모색할 경우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