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권 “행정통합 반대” 한목소리
성토장 된 안동 주민 설명회
안동시장·예천군수 반대성명
“통합을 하려면 경북특별시로 해야 하고 청사도 안동 도청 청사를 사용해야 합니다.”
18일 경북 안동시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북부권 주민설명회’는 경북도 성토장이 됐다. 포항, 경산에 이어 안동시청 강당에서 열린 이날 설명회에는 경북 북부권 주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 좌장인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이 자리는 경북도가 행정통합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의견을 듣는 설명회”라며 “북부지역 주민들의 항변은 헌법적 권리로 경북도는 진지하게 경청할 의무가 있다”고 원만한 설명회 진행을 당부했다.
이날 설명회는 TK행정통합에 관한 추진 경과와 내용, 과제 및 쟁점 설명, 자유토론과 질의응답 등의 순으로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당 내부에는 ‘대구경북행정통합 경북 북부 다 죽는다’ ‘지방소멸 부추기는 행정통합 강력히 반대한다’ ‘경북이 니꺼라? 이철우 Go home’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설명회는 특히 질의 응답시간으로 넘어 가면서 행정통합반대 등의 고성이 수시로 나오는 등 격앙됐다.
권기창 안동시장이 첫번째 질의자로 나서 “시민들로부터 50가지 정도의 질문을 받았지만 10가지만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권 시장은 김호진 도 기획조정실장에게 “경북도청 이전으로 경북의 신성장 거점도시로 만든다며 1차 목표로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행정통합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지방시대를 선도하겠다고 한다”며 “인구 10만명을 왜 못만들었냐”고 따져 물었다.
김호진 실장은 이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과정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면서 “제 기억으로 시장님도 당시 그런 비전과 전략을 같이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과거 경북도청이전 신도시 건설위원회에 참여했다.
권 시장의 질문이 길어지자 좌장인 김태일 전 장안대학교 총장이 제동을 걸었고 이에 시민들은 “권 시장도 시민이다. 시장이 주민의 대표”라고 반발했다. 안동시 강남동의 한 주민은 “통합을 추진한 이철우 지사는 통합자치단체장 불출마 선언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고, 80대 한 주민은 “졸속행정통합은 균형발전도 못하고 서로 다툼만 하다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시 도천면의 한 주민은 “행정통합 얘기가 나온 이후 집이나 상가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날 설명회를 주관한 김태일 좌장은 “4년전에 비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제출하는 통합의 비전과 계획들이 훨씬 설명력이 늘어났다”며 “민주적 과정을 거쳐서 시·도민들이 결정의 주인으로서 권리와 역할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회를 마무리했다.
권기창 시장과 김학동 예천군수는 설명회에 앞서 “도청을 안동 예천으로 이전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지금 도청이전 효과를 무산시키고 균형발전을 역행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경북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12월에 시의회에 상정해 동의를 받겠다”며 “아무리 늦어도 12월에는 국회 발의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행정통합은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