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논란 또 법정으로

2024-11-19 13:00:36 게재

효력 정지 불복, 학교가 낸 이의신청 심문 … 수험생측 ‘시간끌기’ 비판

법원이 ‘문제 유출’ 사태가 발생한 연세대의 논술 합격자 발표를 중지한 가운데 수험생과 대학이 19일 오후 다시 법정에 선다. 수험생들이 제기한 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자 학교측이 즉시 이의신청을 한데 따른 것이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연세대가 책임있는 대안을 찾기보다는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025학년도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 정지에 불복해 연세대가 낸 이의신청 심문기일을 연다.

앞서 지난달 12일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 고사장 중 1곳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배부됐다가 회수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시험 문제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수험생 18명이 대학을 상대로 재시험을 실시해달라는 집단 소송과 해당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15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연세대는 즉시 이의신청서와 신속기일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항고심 절차까지 불가피 = 연세대는 입장문을 내고 이의신청 배경에 대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향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차적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2월 13일 예정된 합격자 발표 전까지 본안소송 판결이 선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수험생측에서는 “합격자 발표일까지 아무런 조치없이 시간을 계속 끌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교육계에서는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둘러싼 항고심 절차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연세대는 기존 입시 일정대로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 경우 수험생측은 즉시 항고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의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연세대도 즉시 항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음 달 13일엔 연세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26일엔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마감이 예정돼 있어 항고심 결정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재시험을 이행해달라는 본안소송의 경우엔 첫 재판 일정조차 아직 잡히지 않았다.

자칫 수험생들의 피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시 이월 검토에 비판 목소리 = 연세대는 사실상 ‘재시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시험을 치르고 합격자를 발표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논리다. 수시 추가 합격 기간인 다음 달 26일까지 △재시험 출제 △시험장소 섭외 △감독관 확보 △답안지 채점을 모두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타 대학의 수시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연세대가 재시험 날짜를 잡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연세대는 대안으로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전형 모집인원(261명)의 정시 전형으로 이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대는 올해 논술고사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논술에 ‘올인’하는 수험생들이 시험에 대거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시 모집 인원이 정시로 옮겨갈 경우 해당 학생들은 억울하게 수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6번의 기회 중 1번을 잃는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저 등급이 없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수능을 보지 않고 연대 논술만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해당 학생들의 경우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빠르게 재시험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와 한국대학교수연대 교수노조는 18일 성명을 내 “연세대의 대응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변명·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논술시험 재실시를 결정해 입시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세대가 입시 혼란을 가중시키고 버틴다면 ‘조국 사태’처럼 입시공정에 민감한 대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당국 개입’ 주장도 =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원이 수시 추가 합격 기간까지 판결을 마치면 연세대가 계획대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을 넘기게 되면 연세대를 넘어 타 대학까지도 연쇄 파장이 불가피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교육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연세대측과 각각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와 대책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급물살 = 한편 경찰은 논술시험 문제지 등을 온라인에 게시한 인물 일부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문제지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온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한 결과물을 분석해 문제지를 온라인에 게시한 인물을 특정했다.

경찰은 또 일부 시험 감독관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 중에는 시험지를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배부했다 회수해 논란을 빚은 고사장의 감독관도 포함됐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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