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다”는 이재명…지지율이 변수
민주당원·의원, 탄압 인식에 “이재명 단일대오”
1심 뒤집기 가능성·차기 지지율 변동성 주목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 후에도 민주당내 이 대표 중심체제는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예상 외의 중형이 선고됐지만 ‘검찰독재정권의 야당지도자 탄압’이라는 인식이 당 안팎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움직임이 있지만 본격적인 내부 분열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정국반전을 꾀하는 여권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등 외적변수가 대안론 논의의 지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이 대표 유죄 평결 후 민주당은 연일 이 대표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체제에 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결속력 자체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 인사들은 내부분열에 대한 엄포성 경고도 잇따라 내놨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18일 일부 비명계 인사들의 활동과 관련해 “지난 총선 등에서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분들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침소봉대의 침도 안된다” 등 평가절하했다. 이에 앞서 최민희 의원은 16일 서울 도심집회에서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이 대표 1심 선고 당일인 15일 당 공식입장 표명에 앞서 정치탄압이라는 비판 성명을 낸 점 등은 민주당이 이 대표 중심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건희 특검법’을 정점으로 정부여당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주전선을 내부로 옮기는 일이 당내부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계파를 떠나 당원과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이재명이 억울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국민 상당수도 동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여론이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안론이 등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우상호 전 의원은 18일 저녁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가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당신 혼자 밥그릇 챙긴다고 뛰어다녀?’ ‘제정신이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비명계라고 불리는 분들은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흐름이 선거법 2, 3심이나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재판과 이후 대장동 재판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 ‘가장 쉽다’고 전망했던 선거법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것은 상당한 충격파를 남겼다.
민주당 내부의 견고함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당 안팎에선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 변화 가능성을 핵심 변수로 본다. 여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 대표의 지지율에 변동성이 가져올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대안론 논의의 좌표가 될 공산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지금은 관망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빠지면 대안론이 꿈틀대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비명계에서 대안을 찾기 보다는 친명계 안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플랜A’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5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와 선거법 2심 전망 등에서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이탈이 나타나는지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부상했다가 지지율 급락을 경험한 이낙연 전 총리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총리로 발탁된 후 여야 정치권 인사 가운데 가장 높은 차기 지도자 선호도(한국갤럽. 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를 보였다. 한국갤럽의 2020년 1월 2주차 조사에서 24%로, 3% 수준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크게 앞섰다. 5월 2주차 조사에서는 28%를 기록했는데 4월에 실시된 21대 총선의 민주당 승리가 여권 유력 차기주자의 정치적 성과로 인식된 측면이 크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그해 8월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공세가 거셌던 시점부터 벽에 부딪혔고 대안체로 거론되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의 지지율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 전 총리는 대선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반전을 꾀했으나 2021년 신년을 앞두고 꺼낸 ‘전직 대통령 사면 가능성’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2021년 1월2주차에 10%로 이재명 지사(23%)에게 주도권을 넘겨줬고, 이후 5월 조사에서는 5%로 추락하며 25%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에게 여권내 독주체제를 내줬다. 주요 고비에서 던진 정치적 선택이 지지율 하락의 변수로 작동해 정치적 위상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에도 유력한 차기 주자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 11월 1주차(5~7일)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2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356명)의 62%가 이 대표를 차기 지도자로 꼽고 있다. 22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친명계라 불리는 강력한 원내 지역세력도 구축했다. 과거 이낙연 전 총리가 갖지 못했던 지지기반이다. 그러나 당선무효형의 중형과 연이은 재판 또한 경험하지 못한 현실적 위협이다. 이 대표의 독주를 흔들 충격이 될지, 아니면 민주당 바람대로 야당 지지층과 여론의 결집으로 이어져 이 대표 지지율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