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 “돌봄통합 전국화 위한 지원전담조직 갖춰야”
‘열정’ 지자체단체장·돌봄담당, 체계적 교육 양성 필요 … 지역 맞춤형 전략 수립·추진 뒷받침해야
한국사회는 전환과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아이들이 온전히 성장하고 청·장년이 하고픈 일을 하며 노년이 평온한 사회를 위해 그간의 관주도 돈중심 공급자 위주의 사업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 제도와 서비스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 수준과 효율성을 높이는 등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중단없는 개선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 곳곳에서 혁신적 실천을 펼치는 사람과 단체의 경험을 나눠 함께 성장·발전하는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사회를 진입하고 20년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급증과 더불어 치매와 만성질환 등으로 병든 상태로 오래 사는 노인의 불행한 삶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2018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으로 예산지원형 12개 시군구와 기술지원형 20개 시군구가 참여하면서 진일보했다. 그리고 올 3월 돌봄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자체들의 돌봄사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 돌봄통합지원 연구와 현장 사이를 오가며 분투하는 이가 있다. 유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이다.
8일 내일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유 센터장은 “이제 우리 국민 앞에 돌봄과제가 쓰나미처럼 몰려 올 것”이라며 “몇 년간 키워온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통합돌봄 경험들과 아이디어를 새로 참여하는 지자체에 전파하고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전담조직과 체계를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합돌봄법이 통과된 후 관련 사업에 지자체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의료돌봄통합지원 사업에 있어 우선 과제는
노인대상 돌봄통합지원을 확장하려면 우선 이미 있는 지역의 의료·돌봄자원들을 연계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 안에서 이들 자원이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안내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전체를 기획하고 엮어낼 수 있는 전담조직을 먼저 만들고 전담조직이 리더십을 가지면서 지역 자체의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단체장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하면서 참여한 단체장의 의지 차이가 사업 진행 정도의 차이로 나타났다. 단체장이 돌봄통합지원 정보를 많이 가지고 학습이 돼 있으면 지역 내 체계 안에서 활발히 사업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정부는 현재 돌봄법 하위 법령을 만들고 준비 작업을 해나가는 것도 해야 하지만 지역의 우수사례를 많이 홍보를 하고 새로 준비하려는 지자체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인큐베이팅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의료돌봄자원 연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통합지원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자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협업기반을 갖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보건의료자원 연계가 가능했다. 보건소와 협업도 매우 중요해 부천시와 의성군에서 보건소 조직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 안성시 경우 보건소 내 노인돌봄과를 만들어 보건과 복지의 연계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자체 보건소 벽이 너무 높다. 보건소는 자체적으로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인력이나 예산의 추가 지원 없이 그리고 기존 업무를 그대로 두고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복지부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통합지원사업에 보건소가 어떤 역할을 할 건지 명확한 가이드를 줘야 한다.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사업 그리고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센터 사업이 어떻게 결합할지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
●인구소멸과 고령화 정도가 심한 지역은 의료돌봄자원이 부족하다. 대안은
도심지역은 보건의료돌봄 자원이 집중화되고 여유가 있다. 반면 농어촌지역은 돌봄이나 주민 네트워크를 통해 할 수 있는 자원은 좀 괜찮지만 보건의료자원은 부족하다. 방문의료서비스를 할 때 농어촌지역은 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어촌형 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시범사업 지역들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공공자원을 많이 쓰고 있다. 방문형 의료와 돌봄서비스 같은 자원들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돌봄통합사업 확산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사안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20년 후 2045년 쯤 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돌봄통합지원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를 해야 한다. 지자체는 세부적인 지역맞춤전략을 세우고 의료돌봄 지역기관들이 그 방향 속에서 같이 변해가야 한다.
●통합지원을 잘 구축하는 지역의 특징은
시범사업 중인 12개 지자체는 각각의 여건에 맞춰 잘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눈에 띄는 특징을 보면 ‘열정’ 단체장과 담당공무원이 있다는 점이다.
의성군 군수는 사업 처음부터 군청 주요 간부들 담당자 보건소장 건보공단지사장 복지기관장들과 매주 회의를 하면서 사업을 끌어왔다. 방문진료서비스 확보가 어렵자 보건진료소에 직접 가서 시범사업에 참여시켰다. 실무 과장 선에서 좋은 사례를 이끌어가는 곳으로 진천군이 있다. 물론 군수의 의지가 뒷받침됐다. 여기에 담당자 주무관이 2019년부터 5년 간 맡고 있다. 주요 담당자의 인사이동 없이 집중하는 것도 중요함을 보여준다. 선도사업에서 적극적으로 조직을 만들어낸 광주서구는 40명의 담당직원을 배치하고 5년간 과장이 바뀌지 않고 도맡아 추진해 모범을 보였다.
●민간자원의 모범 사례를 소개한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지만 경로당 노인복지관에 갈 정도의 건강한 상태가 아닌 애매한 지점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있다. 최근 대전 대덕구가 그런 노인들에게 중증화예방을 위한 돌봄건강학교를 지자체 특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회복지관의 본래 사업은 아니지만 대덕구의 추진방향에 맞춰 특화사업에 적극적이다.
또 시범사업에서 제일 두드러진 변화는 의사가 집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재택의료센터와 참여하는 의원급의료기관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주거사업의 변화는
돌봄통합지원에서 집에서 낙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거 환경을 바꿔주고 돌봄서비스가 가능한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지자체들이 LH와 손잡고 케어안심주택인 중간집 기능을 갖췄다. 퇴원해 바로 집에 가는게 불편할 경우 중간집에 머물면서 회복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지자체들이 만들고 있다.
최근 청양군이 의료돌봄서비스를 결합한 고령자복지주택을 전국 최초로 열었다. 126세대가 머물 수 있고 1층 복지관 2층 재택의료센터 통합재가센터 3층부터 10층까지는 어르신 거주공간인 고령자복지주택을 만들었다.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한다.
●통합지원사업에 뛰어드는 곳이 더 많아질텐데 지원전담조직이 필요하지 않나
지역단위 돌봄통합 추진의 컨트롤타워는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협력해 지원에 최선을 다해왔다. 지역전문가들도 물심양면 도왔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화를 가기 위해 지원전담조직을 갖춰야 한다. 우수사례의 체계적 보급뿐만 아니라 지자체 담당자 교육양성, 맞춤형 컨설팅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공적 지원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돌봄사업에 진심인데
노인돌봄과 관련한 연구와 현장지원을 하면 즐겁다. 25살 때부터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를 경험하면서 이게 천직이구나 생각했다. 일본서 노인돌봄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배우는 과정에서 고령화 문제를 겪고 해결하기 위해 나온 사업과 제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국내로 돌아와 노인요양시설 사무국장, 복지부 전문위원 등 활동을 하고 장기요양과 통합돌봄 연구로 현장을 오가며 국내 돌봄사업의 성장을 경험하고 더불어 노력하는 사람들과 열정을 나누는 게 너무 좋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사업은 앞으로 장애인 등으로 확산될 것이다. 함께 뛰고 있는 통합돌봄연구센터 동료들과 함께 긴 호흡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