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비 대신 내줘” … ‘SNS 국제 연애사기단’ 검거
14억원 뜯어낸 외국인·귀화자 등 12명 검찰송치
“외국인 기한만료로 출국 후 계좌 정지조치 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외 파병 미군, 유학생 등을 사칭해 친분을 쌓은 뒤 금품을 요구하는 이른바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로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19일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단 총책인 러시아 국적 남성 A씨와 나이지리아·앙골라 국적 및 필리핀 출신 귀화자인 조직원 등 12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를 비롯한 9명은 구속됐다.
이들 일당은 올해 1~10월 파병 미군, 선원, 유엔(UN) 직원, 유학생 등을 사칭하며 SNS로 친분을 쌓은 피해자 14명으로부터 총 68회에 걸쳐 14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총책인 A씨와 인출책들은 국내에,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들은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0대 여성 피해자 B씨의 경우 선박 조향사를 사칭한 일당이 ‘짐을 보낼 테니 통관비를 대신 납부해주면 갚겠다’라고 속인 데 넘어가 1억6500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억3000만원은 B씨가 대출까지 받았다.
20대 남성 피해자 C씨는 유학생을 사칭한 일당이 ‘이탈리아 디자이너 회사에 취업했는데 계좌가 묶여 있어 풀어야 한다. 해제비용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8차례에 걸쳐 2900만원을 건넸다.
50대 남성 D씨는 해외 근무 군의관을 사칭한 일당이 ‘UN과 우크라이나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금괴를 보내려는데 대신 받아달라’며 돈을 요구해 1220만원을 뜯기기도 했다.
A씨 일당은 가짜 프로필로 피해자들에게 이성인 척 접근해 교류했다. 통관비를 요구할 때는 송장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허위 사이트를 알려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범행 계좌 지급정지 등의 임시 조처를 할 수 없고, 범행에 이용된 대다수 계좌는 국내에 입국했던 외국인이 출국하면서 판매한 대포통장”이라며 “외국인 명의 계좌는 명의자가 체류 기간 만료 후 출국할 경우 이용이 정지되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