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가능해진다
업계 애로사항 반영, 3년간 진입 허용 … “환자 피해 방지 장치 마련해야”
새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 없이 즉시 시장에 진입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업계 애로사항을 반영해 별도 절차없이 3년간 진입을 허용한다. 관련해서 이용자 환자의 피해를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무조정실은 21일 국무총리 주재 제4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시장 즉시진입 가능 의료기술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별도 절차 없이 시장 진입, 1년 이상 단축 = 신의료기술평가는 새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통과해야 의료현장 사용이 가능하다.
관련해서 △새롭고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전 속도를 제도개선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여 시장진입이 지연되고 △선진입 제도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이므로 안전성 검증이 미흡하며 △비급여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환자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 등 문제 제기가 돼 왔다.
이번 제도개선의 정부 추진목표는 업계 애로가 높고 혁신적인 새 의료기기의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해당하는 의료기기는 허가 후 기존기술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3년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한다. 즉시진입 기간 종료 후 임상적 필요성 경제성을 고려해 건강보험에 등재한 뒤 지속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최대 490일에 비해 대폭 단축된 80일~140일 이내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혁신적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해소한다. 즉시진입 대상 의료기기는 국제기준에 따른 개선된 임상평가를 거쳐 대상질환 사용방법 등을 구체화해 허가하는 등 선진입 단계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한다. 사용 중에도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문제 발생 기술은 퇴출할 계획이다.
비급여 사용현황을 관리하고 필요시 직권으로 평가해 환자부담을 완화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비용부담이 높은 항목 등에 대해서는 조기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즉시진입 대상 의료기기’ 적용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7개 △체외진단 의료기기 37개 △인공지능 진단보조기기 93개 △의료용 로봇 3개 품목 등 140여 개 품목이 검토 중이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시장진입 촉진과 안전성 검증 강화 등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를 마련했다”며 “향후 법령과 지침을 조속히 개정하고 관계 기관의 협업을 지속해 개선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칫 국민 환자가 임상 대상 될 수 있어 = 업체 희망 시 사전컨설팅을 통해 기존 신기술 여부 판단과 임상시험 설계를 지원한다. 아울러 의료기기 허가(식약처)와 기존 신기술 여부 확인(심평원) 절차 또한 희망시 동시 진행하도록 해 시장진입 기간을 단축하고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기기 허가만으로 시장에 즉시진입하는 기술이더라도 의료인이 임상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증을 강화한다. 허가 단계에서 임상 평가는 국제기준(IMDRF)에 맞춰 임상시험 경험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대상 질환 사용방법 등을 구체화해 허가할 계획이다. 부작용 사고를 지속 모니터링해 문제 발생시 업체 사용기관 등이 의무 보고하도록 한다. 사용 전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부작용 등에 대해 환자 직접 신고도 가능하게 해 안전성 관리를 강화한다. 위해 수준이 높은 기술은 사용중단하고 시장에서 퇴출한다.
또 즉시진입 기술의 비급여 사용현황을 반기별로 모니터링해 임상적 중요성이 크거나 비용부담이 높은 항목 등을 파악하고 관리한다. 모니터링 결과 환자부담 경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진입 기간(3년) 중에도 업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조기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관련해서 기업의 개발비용을 국민과 환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신의료기술평가는 안전성이 중심이 아니고 효용성 즉 효과를 평가하는 과정이고 아무리 안전해도 효과가 불분명하다면 이런 제품을 시장에 시판해선 안된다”며 “특히 이들 신의료기기들은 기업이 비용을 들여 시험을 통해 스스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과성이 확인 안된 의료기기를 바로 국민 의료이용자가 사용하게 하는 것은 국민 임상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시장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신의료기술등의 평가를 생략하게 되는데 환자는 비용을 내면서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클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 퇴출시 이용자보호 방안이 필요하고 사업자들이 유효성이나 안전성 입증을 위해 적극 노력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이남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전국장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야야 하는 만큼 식약처는 시장에 즉시 진입하는 기기가 안전한지를 확실히 검증하고 현장의 사용 과정에서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박소원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