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농사지어도 빈털터리” 화난 농심

2024-11-21 13:00:22 게재

농민·노동단체

‘정권 퇴진’ 2차 집회

노동계와 야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정권퇴진’ 운동에 학계에 이어 농민단체가 합류했다.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쌀값 하락 때문이다. 각지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최근의 경제난 심화를 고리로 반정부 투쟁에 가세하는 분야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국민과 함께 하는 농민의길’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이 모인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본부’ 등은 20일 오후 3시 숭례문 앞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2차 총궐기’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6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농업이 없이 미래도 없다. 기후재난과 병충해로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며 “역대급 쌀값 폭락에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윤 정권은 물가 폭등을 타령하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 농민을 말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쌀값보장 농민결의대회 20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린 쌀값보장 농민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이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봐도 빈털터리 되는 현실”이라며 “현실이 우리에게 그대로 기다리든가, 삶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든가 하는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했다.

한경례 전국여성농민총연합 부회장은 “폭우로 농작물은 물에 잠겼고 쌀농사는 폭염에 흉작이 되는 등 기후재난 시대지만 정부는 하는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손팻말을 통해 ‘동계작물 농업재난 선포하고 재난지원금 지급하라’ ‘농업파괴 농민말살’ ‘국정농단 민생파탄’ 등의 구호를 내걸고, ‘농민 생존권 보장’이란 문구를 붙인 상여를 메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허수아비 모형도 등장했다.

이날 경찰은 시청역 8번 출구 앞에서부터 숭례문까지 약 700m가량에 질서 유지 펜스를 설치했고 시청에서 숭례문 방향 편도 5개 차로 모두를 통제했다.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열었던 ‘1차 총궐기’ 집회 당시와는 달리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진압복이 아닌 일반 복장을 착용했다. 다만 오후 집회인원이 4시 20분쯤 용산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교통정체 등으로 속도가 느려지면서 집회 종료 신고 시각인 오후 5시를 넘자 선두 농민들과 경찰이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에선 상여에 불이 붙어 경찰이 급히 소화기로 끄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농 측은 이날 오후 6시쯤 자진 해산을 결정하고 참가자들도 돌아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