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요지부동, 민주 ‘김건희 특검법’ 재시동
28일 재표결 … “부결 시 12월 재발의”
“안되면 버려야” 퇴진운동 전환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공산이 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재표결 부결 시 ‘제4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방침이다. 특검 실시에 대한 국민 찬성여론이 여전히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의 동참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검법에 매달리기보다 야당 일각과 시민사회의 ‘정권 퇴진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하고, 부결될 경우 12월에 곧바로 네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구상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의 사유와 명분은 차고 넘치는데 정권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과 제1야당 대표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시선을 야당 대표로 돌려 죄를 감춰보겠다는 심산인데 야당을 탄압할수록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국민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거부권 행사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민심을 배반한 거부는 정권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재판과 특검법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단일대오 등이 재의결 가능성을 낮추고 있지만 김건희 특검법 자체에 대한 여론 동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된 ‘채 상병 특검법’을 대신할 국정조사가 곧 궤도에 오른다는 점도 고려한 판단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채 상병 사망사건을 다룰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21일 오전까지 여야에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한 상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면서 “국정조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채 상병 국조’가 가동되면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공세로 여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입장 전환이 요원한 상황에서 특검법에 매달리기보다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0일 SBS·MBC 등과 인터뷰에서 “안되는 것은 버려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포기하고 ‘윤석열 퇴진’ 운동으로 당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의 이탈표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특검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MBC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 노선으로 28일로 (재의결이) 안 되면 네 번째 추진을 또 할 것인가? 아니다”라며 “조국혁신당과 함께 윤석열 퇴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박 의원과 같은 입장과 선을 긋고 있지만, 이 대표 재판(25일)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후 대여투쟁의 방향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수가 늘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