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산안 강공 드라이브…이재명표 ‘지역화폐’ 2조원 요구
대통령실·검찰·감사원·경찰 ‘특활비’ 삭감 후 예결위로
지역사랑상품권, ‘정부 0원→국회 증액’ 3년째 되풀이
여당 “야당 일방적 주장” … 박찬대 “반드시 실력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대통령실과 검찰·감사원, 경찰의 특수활동비를 전액삭감해 예결위로 넘겼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SOC 관련 예산 등 14조원을 증액한 가운데 ‘이재명표 민생정책 브랜드’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국고 지원예산 2조원을 반영했다. ▶관련기사 4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여원 전액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경호처 특수활동비 예산은 정부 원안을 유지하되, 특정업무경비만 일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 특수활동비는 예산의 목적이 소명됐고, 특히 과잉 경호 문제에 개선을 약속하고 이를 부대의견에 반영한 만큼 정부 원안을 그대로 반영했다”면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의 경우 경호처와 다르게 사용처, 사용 목적 등에 대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법사위와 행안위 등에서 검찰·감사원·경찰의 특활비와 특경비 등을 삭감한 것의 연장선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분풀이 예산, 정부 목조르기 예산”이라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예산안이 2025년도 최종 예산안으로 통과될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지 않나”라고 반발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특활비 100% 전액 삭감은 과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운영위 예비심사에 이어 예결위의 본격적인 조정 논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야당의 일방적 예산안이 최종 예산안으로 통과될 수 없다’는 여당의 입장에 대해 “반드시 이번에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는 677조원 규모인 정부안보다 14조1252억원 정도가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위원회(약 2조9000억원), 행정안전위원회(2조6000억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약 2조4000억원) 국토교통·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 1조4000억원을 증액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1조원 대를 늘려 예결위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운영위원회도 최종적으로 147억가량 순증된 안을 넘겼다. 검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모두 전액 삭감한 법사위가 유일하게 정부안 대비 384억원을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안위의 경우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항목에서 2조4580억원 증액했는데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원을 새로 반영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예비 심사를 마친 상임위별 예산 중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증액 규모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자체 안에서만 사용가능한 상품권을 발행해 5~10% 할인된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판매한다. 사용기한도 제한된다. 지역화폐 할인과 발행비용 등에 필요한 비용 가운데 일부(4%)를 정부가 지원해 왔다.
문재인정부 시기인 2021년 1조2522억원이던 관련 예산은 2022년 7000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윤석열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는 정부 원안에서 국비지원액을 전액 삭감해 국회로 제출해 왔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야당의 강력한 증액요구로 2023년 3522억원, 올해 2500억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지역화폐 지원액을 반영하지 않고 대신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 5조5000억원을 발행하겠다며 국비 지원예산을 올해보다 394억 늘려 3907억원을 편성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골목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원을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해 예결위로 넘겼다.
예결위는 물론 계수조정 소위 안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경기도 수원을 방문해 지역화폐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날 김동연 경기지사와 함께 수원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은 돼도 지역화폐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한다”며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제한도 없고 매우 불편해 동네 골목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죽어라 싸워 상임위에서 2조원을 증액했는데 여당과 정부는 여론도 존중하지 않는다”며 “대리인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대리인을) 혼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위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 핵심항목에 지역화폐 예산 반영을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지자체도 지역화폐 관련 국비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의원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대상 자체조사에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7개 자치단체가 ‘국비지원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야당 주도로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이 최종 정부안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실패할 경우 증액을 포기하고 ‘준예산 편성’도 불사하겠다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과의 타협이나 조정 대신 강 대 강 대치를 선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