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앞둔 북한 ‘조선옷’
오는 12월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북한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 조선 옷차림 풍습을 등재신청했고 평가기구는 심사 이후 조선 옷차림 풍습에 대해 등재권고를 판정했다.
북한이 조선옷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 등재신청 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20년 한차례 신청했으나 조선옷이 당국의 통제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보류됐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신청하면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왜 북한은 ‘조선 옷차림 풍습’을 다시 등재하고자 하는 것일까.
북한에서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의 의미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은 유산의 의미를 인정받고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지원을 받으며 관광·문화산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국제적으로도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도 이런 이유들로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일까. 북한 입장에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여러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유산 등재를 통한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통상적으로 국가가 수행해야 할 임무를 행함으로써 일반적 국가라는 점을 알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외부세계와 단절상태에 있는 북한이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등재신청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의 내부 상황에서 전통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클 수 있다. 현재 북한 상황은 경제적 발전을 통한 내부적 위상을 제고하기 어려운 처지고, 외부문화의 유입과 세대변화로 과거와 같은 국가 혹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헌신적 충성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유산의 등재를 대내적 선전에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완되는 사상의식을 통제하기 위해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도덕과 예의, 양보와 존경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집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통문화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네스크 유형문화유산 등재라는 국제적 공인은 전통문화 강조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조선옷’ 성별화된 전통문화
그렇다면 왜 ‘조선옷’일까. 의복은 나이나 성별, 사회적 계급을 나타내는 등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북한은 해방 이후 효율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복식을 개량했다가 1990년대 이후 두드러지게 조선옷 민족옷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 경제난으로 인한 위기극복과 이완되는 사회의 결집을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조선옷을 강조했는데 북한에서 통상적으로 조선옷을 입는 사람은 여성이다. 북한의 중요 행사가 있는 날 조선옷을 입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남성이 조선옷을 입은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해방 이후 북한 남성들은 개량된 옷 ‘노동복’ ‘인민복’을 입었는데 남성은 ‘노동자’로서 국가의 사회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며 출산과 양육과 같은 민족구성원을 이어가고 전통문화를 계승함으로써 민족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국가는 민족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여성에게 생물학적 국민, 문화의 계승을 통한 민족성을 재생산하게 했다’는 이스라엘 출신 여성학자 니라 유발-데이비스의 지적처럼 북한 역시 여성을 민족의 계승자로 위치지우며 출산과 전통계승의 의무를 국가구성원의 역할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로 여기게 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조선옷이 여성 통제 수단이라며 유형문화유산 등재를 유보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북한은 남성도 조선옷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은 전문가 기술자로서 강조되지 않는데 전통계승자 내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위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선옷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의 통제라는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 계승에서 나타나는 성별화된 특성이 북한 사회에 내재된 성별분업 구조, 그에 따른 성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