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군부대 ‘이전 대신 축소’ 지역과 상생

2024-11-27 13:00:05 게재

금천구 산업·업무·주거 융복합 시도

민·관·군 함께하는 새 개발모형 제시

서울 금천구가 80년이 된 공군부대를 다른 지자체로 이전하는 대신 축소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상생할 방안을 찾아 눈길을 끈다. 도심형 군부대와 함께 산업·업무·주거 공간을 융·복합해 배치하는 방식이다. 민·관·군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개발모형을 통해 군부대로 인해 단절돼 있던 지역생활권을 하나로 연결하고 도시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27일 금천구에 따르면 1943년부터 공군 제3미사일방어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독산동 공군부대 부지는 약 12만5000㎡ 규모다. 지역 중심부에 둥지를 틀고 있어 지역생활권이 단절되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서쪽은 서울시내 유일한 국가산업단지(G밸리)가 자리한 준공업지역이고 동쪽은 낡은 저층주거지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성훈 구청장이 독산동 공군부대 부지 개발과 관련해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민들 요구에 따라 2005년부터 군부대 이전을 추진해 왔다. 부대 특성상 수도권을 벗어날 수 없는데 이전 후보지마다 강력하게 반대해 모두 무산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로 시도한 개발은 금융위기에 막혔다.

장기간 정체된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결과 지난 2021년 해법을 찾았다. 군부대를 현 부지 내에 도심형으로 압축배치하고 나머지 부지는 개발하는 방안이다. 유성훈 구청장은 “군 장병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증진이 가능하고 지역 입장에서는 국유지 개발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군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새로운 모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지난해 정부에서 새로운 도시계획제도인 ‘공간혁신구역’을 도입했다. 기존 도시계획 체계와 달리 토지와 건축 용도제한이 없고 용적률과 건폐율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구는 선제적으로 법령과 제도를 검토해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했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과 수십차례 실무회의를 거쳐 지난 7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현재 지밸리에 근무하는 14만여명 중 93.3%가 금천구 이외 지역에서 출퇴근하고 있고 문화 체육 등 지원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2031년이면 공군부대 부지는 직장과 주거 여가 공간이 어우러진 ‘직·주·락(職住樂)’ 압축도시로 탈바꿈한다. 군 업무·부대시설은 밀도 높게 배치하고 대규모 공동주택과 함께 주민들이 희망하는 공원 녹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한다.

동시에 가산디지털단지와 연계한 첨단산업 거점이 된다. 서울시에서 이미 해당 내용을 2040 도시기본계획에 포함시켰다. 초기단계부터 선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과 소통하고 있다.

금천구는 지난 8월부터 10개 동주민센터를 순회하며 주민들과 이같은 구상을 공유하고 있다. 부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도시 기반시설 확보와 함께 공군부대로 인해 꽉 막혔던 동네 보행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좋은 기업들을 유치해서 금천구 품격이 올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여러 기업을 유치해 지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많은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금천구는 연말까지 전 국민 대상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주민들 의견을 더해 내년까지 공간재구조화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국토부와 서울시 심의를 거쳐 2026년 최종계획을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단절된 지역생활권 회복, 지밸리 배후 산업거점 육성으로 균형발전을 꾀하고 도시경쟁력을 강화해 서울 서남권의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겠다”며 “민·관·군이 상생하는 대표 사업을 통해 지역 개발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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